[신년 기획①] 청년이 미래다

가창진 가가팜 대표, 친환경농법 청년과 함께라면 가능

2020-01-02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친환경 농업부터 서비스와 체험이 포함된 6차 산업까지 단순 노동력에 기댄 농업에서 새로운 농업으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는 청년창업농을 필두로 젊은 피가 농촌에 뿌리내리며 기존 관행 농업의 틀을 바꾸면서 부터다.

다양한 마케팅부터 새로운 가공품과 체험을 통한 변화는 소비자들의 농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은 이제 농촌에서 단순히 먹거리를 찾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덩달아 농촌 역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핀포인트뉴스는 신년을 맞아 농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농부들을 만났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변화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서다. 과연 청년농부들이 꿈꾸는 미래 농촌과 그리고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편집자 주-

가창진 가가팜 대표

“친환경 유기농 농부생활 3년, 이제는 실패한 작물이 줄며 올해부터는 소득이 차츰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 첫 걸음을 내딛는 초보 농사꾼이지만 지역 청년들과 함께 친환경농법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도 도모할 생각입니다.”

유기농에 빠진 초보 농사꾼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지역에서 대학까지 나온 예산 토박이 가창진 청년창업농은 친환경 농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미래를 투자했다고 말한다.

농업을 전공하고 한살림에 10년 실무자 경험을 토대로 생산자로 변화를 꿰 하며 친환경 농업을 선택한 이유다.

준비도 철저했다.

그는 귀농전부터 관행농을 이어온 부모님과 마찰이 생기지 않게 친환경에 대한 소신을 조율하며 2016년 고향인 예산에서 본격적으로 친환경 양파, 콩, 보리농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며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기존 관행 농가와는 다른 지향점을 두다 보니 주변 농업인들과의 사소한 의견 충돌부터 친환경에 대한 인식, 자금계획까지 어느 하나 원활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농업은 인건비 싸움이라는 생각에 기계화에 무리수를 둔 점도 부담이 됐다.

농가에서 생각지 않았던 물탱크 저장방식이나 강원도에서 사용하는 대포형 스프링클러 등 혁신 농법을 시도한 점은 이점이었지만, 자금운영 면에서는 초보 농사꾼의 과오를 그대로 경험한 셈이다.

가 씨는 “아버지가 하시던 농장을 받아 승계농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상 신규농이나 다름없는 출발 선상에서 농업을 시작했다”며 “막상 농사를 시작하니 준비한 자금부터 친환경농법에 대한 주변의 인식까지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 청창농은 귀농전 생각한 정착지원금의 3배 이상이 소모되며 시작부터 문제에 봉착한다.

마땅히 돈을 융통하기 힘든 상황에 그에게 손을 내민 것은 바로 청년창업농 지원 정책이었다.

가 씨는 “농사에 필요한 관정부터 기계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점에서 자금이 더 들어가며 난감한 상황이었다”며 “정착지원금부터 대출까지 청년창업농 지원 정책이 없었다면 정착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고 청년 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든든한 청년지원을 바탕으로 그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현재 최연소로 유기농 인증(제71-1-303호)을 부여받았다.

무농약 3년을 거쳐 유기인증으로 전환까지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내겠다는 그의 집념이 만들어낸 성과다.

가 청창농은 친환경 유기농업은 풀과의 싸움이자 자신의 연골과 바꾼 생산품일 만큼 힘든 과정이라고 말한다.

가 씨는 “처음부터 유기인증을 생각했지만 3년간 친환경농법을 진행하며 이렇게까지 손이 많이 갈 줄 몰랐다”며 “당시 주변 청창농이 친구가 풀만 뽑고 있는 것을 보며 ‘약을 뿌리면 되지 왜 이 고생을 하냐’는 핀잔도 했지만 결국 그 친구도 이제는 유기인증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현재 기창진 청창농은 아버지 농장 6천평 전부에 대해 유기인증을 받았다. 여기서 생산되는 작물은 한살림으로 전량 출하되고 있다.

가 씨는 “3년 농부생활에서 실패한 작물이 줄며 올해부터는 소득이 차츰 생기고 있다”며 “아직까지 친환경 작물의 길잡이는 되지는 못하지만 이제 나의 농사 하나는 지을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양파즙 가공품으로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친환경 농사다 보니 납품하지 못하는 양파를 저온숙성으로 역한 맛을 없애고 유기농의 장점을 부각해 판매하며 짭짤한 부가수익까지 내고 있다.

낱개가 아닌 함께

가창진 청창농이 희망하는 농업은 지역 청년농부들과 지향점을 함께하고 함께 걷는 농업이다.

그 첫걸음으로 그는 2017년 3월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별칭 청년작당)을 발족하고 다양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충남농원기술원과 예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다양한 농업 기술 교육을 받던 중 알게 된 이들은 친목과 정보공유 위주로 만났다.

그러나 지역에서 청년농업인의 정돈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청년작당을 발족하게 된다.

현재 청년작당은 27명의 지역 청년이 모여 농업회사 법인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청년농업인들의 고민과 발전 방향 등을 담은 연속 토론회를 진행하고 공유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는 충남에서 지역균형발전 사업인 황새 복원사업과 청년, 친환경을 조합해 협업 농장을 가시화하는 성과도 냈다.

충남의 상징인 황새 복원사업에 청년협의회가 친환경 잡곡을 재배하는 사업계획이 채택되며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

가 청창농은 “현재 협의회를 중심으로 교육시설 구축을 위해 시설 하우스를 준비 중”이라며 “내년까지 준비과정을 거쳐 2021년 기존 경험과 청년들의 노력을 녹여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가 청창농은 협의회를 통한 꾸준한 토론과 상호 의견 교환이 일궈낸 성과라고 설명한다.

또 청년농업인들과

낱개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며 이제는 지역을 넘어 타 지역의 청년농업인들과 연대할 계획도 밝혔다.

향후 그가 그려갈 미래의 농업의 밑 작업인 셈이다.

가 청창농은 “협의회를 보면 밥을 안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지만 아직 인근의 홍성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협의회가 중심이 돼 가교역할을 하고 예산 청년들이 함께 연대해 청년들의 정착을 돕는게 최고의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리 보리 살리면 지역도 산다

가 청창농은 콩과 보리 농사에 유독 관심이 많다. 이는 이들 작물이 집단 농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에 우리 농업을 지키는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주변 농업인들은 돈도 안되는 보리농사보다는 다른 농사를 지어보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우리 보리 살리기가 지역사회도 살리는 기제가 된다고 믿는다.

이는 단순 보리 생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맥주용 보리를 우리 농산물로 대체하고 젊은 트렌드와 접목해 수제맥주를 만들어 예산의 지역축제와 연계하는 것이 가 청창농의 목표다.

이같은 목표에 주변 도움도 많다.

예산 사과 와인을 운영하며 발효주 부분에서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인 정재민 음성농원 대표가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가 씨는 “수제맥주 시장은 연평균 44%의 가량 성장하고 있지만 보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우리 보리 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정재민 대표의 도움과 양조전문 과정을 통해 기술을 익혀 내가 재배한 보리로 맥주를 만들어볼 요량”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가팜 농장한켠에는 수제맥주 연구소가 건립 중이다. 이미 터를 닦아 기초 공사를 마쳤고 조만간 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보리 재배를 시작으로 그는 2차 가공(맥주생산), 3차 직접판매(생협-직거래 출하, 펍운영)로 이어지는 6차 산업화에 승부수를 건 셈이다.

그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수제맥주를 통해 지역 소비력을 키우고 청보리 밭길을 만들어 지역민과 함께하는 길을 찾고 있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음성농원의 사과 축제와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가 씨는 ”친환경 보리로 맥주를 만드는 작업은 곧 현실화될 것“이라며 ”친환경보리에 직접 맥아를 만들어 맥주를 내놓겠다는 생각이 부가가치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업을 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이 본격화되면 부족한 보리는 지역에서 수매할 계획이다. 또한 수익금의 일부가 지역에 환원되어 ‘함께하는 세상’에 일조할 방침이다.

가창진 청창농은 “주변에는 참신하고 재주 있는 청년들이 함께하고 있다”며 “청년실업 문제 속에서 ‘농부맥주’의 시도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을 꿈꾸는 청년들의 롤모델이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