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장묘업' 블루오션 떠오른다

"10년 이상 함께 산 반려동물, 쓰레기 취급 못한다" 2000년대 일본 장묘업 수요 폭발적 증가, 다음 타겟은 '한국'

2019-12-18     차혜린

2014년을 기준으로 반려가구는 한국 전체 가구수의 20%인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반려인들의 삶의 질 역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와 걸맞지 않게 반려동물의 장례문화는 아직까지 자리잡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국가에서 허가받은 장묘시설 자체가 부족한 게 원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는 물론 의식이나 절차까지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일본은 2000년대부터 폭발적인 반려인들의 수요와 맞물리면서, 이동식 애견장례대행업이 성행하는 것은 물론 장례 차원을 넘어선 의식 절차 등 프리미엄 서비스가 등장하게됐다.

최근 반려동물 산업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국내 유통업계도 반려동물의 장례문화가 잠재적인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2000만 명에 육박한 것을 감안했을 때, 장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잠재수요가 상당해질거라는 판단에서다.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1,952만 가구 중 574만 가구에서 개 632만 마리, 고양이 243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와 고양이가 아닌 토끼, 앵무새, 햄스터, 고슴도치 등 범위를 넓히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는 이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국내에는 반려동물 죽음에 대한 마땅한 시설이 미비하다.

현행법상 동물사체를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버리거나, '동물장묘업'으로 등록된 화장시설에서 장례를 치르는 방법이 전부다. 폐기물관리법 제13조에 따르면, 동물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돼있다. 따라서 사유지가 아닌 땅에 매장하는 건 금지되어있다.

또한 적법한 장묘장이 특정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타 지역에 거주할 경우, 장례를 치르는 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전국에 등록된 동물 장묘업체는 39곳 뿐이고 이마저도 절반 가까운 16곳은 경기지역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 장례업에 대한 잠재수요는 매우 높은 편이다. 애착이 큰 반려동물에게 제대로 된 장례의식을 치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보호 관련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인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이 죽음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약 60%가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주거지 혹은 야산에 매립’하거나 ‘동물병원에서 처리’하겠다는 응답도 약 36%였다. ‘쓰레기봉투에 담아 처리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1.7%에 불과하다.

앞서 일본에는 반려동물 장묘 문화가 일찍이 보편화돼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애견인구가 늘고 시장이 커지는데 비해 장례대행업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일본의 애견시장 규모는 약 2조엔(18조원)대로 지금까지 애견관련 사업은 많았지만 장례대행업은 수용에 비해 업체수가 크게 부족했었다. 이후 애견 인구가 늘면서 자연사를 비롯해 질병 및 사고 등으로 죽음을 맞는 개들이 늘게되고, 이에 맞춰 장묘업체 공급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먼저, 일본은 스타렉스나 쏠라티 등 경상용차 내에서 추모부터 염습, 화장까지 가능하도록 차량을 튜닝 제작해 판매하면서 장례사업의 규모를 키워나갔다.

도쿄에 본사를 둔 '저팬 펫 세레모니'는 지난 2004년 이동식 애견장례대행 프랜차이즈사업을시작, 현재는 도쿄를 비롯한 일본전역에 280여개의 가맹점이 성업중이다. 장례절차는 의뢰를 하면, 최신의 이동식 애견화장차가 자택까지 바로 출동해 그 근처에서 시간, 장소 등 희망에 따라 보통 1시간 30분에 걸쳐 장례와 화장을 대행해준다.

또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하는 고객들을 위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존재한다.

나가노 현에 있는 유리공방 '라 폼'에서는 반려동물의 유골로 목걸이나 귀걸이를 제작하거나 유전자(DNA)를 추출하고 구슬에 넣어 펜던트를 만들어준다. 오사카 시의 '레이세키' 공방에서는 반려동물의 모습 그대로 본떠 도자기 유골함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사진=펫포레스트 공식 홈페이지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반려동물 장묘업의 잠재성을 높이 사면서,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이마트 몰리스펫샵은 국내 반려동물 장례식장 업체 ‘펫포레스트’와 정식 계약을 통해 스타필드 하남 등 총 7개 점포에 반려동물 장례서비스 품목을 입점시켰다고 13일 밝혔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펫포레스트’는 사람을 추모하는 납골당과 흡사한 반려동물 납골당을 조성하고 단순 화장터 이상의 추모 공간을 원하는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고급화 전략을 꾀한 점이 특징이다.

반려동물 장례를 중개하는 중개업체도 생겨났다. 스타트업 ‘매드메이드’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모바일 앱 기반의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인 ‘포옹’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했다. 또 다른 온라인 중개업체 ‘21그램’은 반려동물 사망 시 전문 장례상담사를 통해 반려동물 사체처리부터 장례절차, 비용 등 보호자에게 필요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한다.

증가하는 반려동물 장례서비스와 관련해 한국반려동물협회 관계자는 “과거에는 반려동물이 죽었을 경우 화장을 하고자 할 때 반려인이 직접 찾아가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점차 대리로 해주는 업체들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한국 시장 내 반려동물 장례업 전망은 일본을 벤치마킹해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