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 먹으며 질병치료 한 출연자분을 찾습니다"

특정 방송프로그램서 소개한 특급 건강 비결, 알고보니 건강식품 판촉 의혹

2019-12-18     차혜린

송파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51)는 최근 건강 관리를 위해 건강법을 소개하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자주 챙겨본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접하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방송프로그램에서 이걸 먹고 질병에 호전했다는 방송이 나올 때마다, 동시간대에 동일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A씨는 우연의 일치라기엔 너무나도 현상이 빈번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방송사가 과연 제대로 된 건강법을 소개하는 건지 아니면 제품을 홍보하려는 속셈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며 난해한 심경을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주부 A씨는 17일 핀포인트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보했다. 최근 건강법을 전수해주는 일부 방송 프로그램들이 건강법을 소개한다는 빌미로 특정 제품을 간접적으로 판촉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제품을 먹고 질병이 완치됐다는 내용을 전달하면, 동시간대 홈쇼핑에서 똑같은 건강식품을 팔아 판매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한다는 게 골자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가 "특정 건강 식품을 섭취하고 있는 질환자를 조건으로 출연자를 모신다"고 밝혀, 앞선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날 제보에 따르면, 지난 8월 해당 프로그램은 항암성분이 풍부하다는 건강식품을 소재로 노니를 활용한 각종 건강 레시피를 소개한 바 있다. 이외에도 만성염증을 잡는 올리브 오일, 카카오닙스, 새싹보리 주스 등 각종 투병 극복기에 관련된 건강식품과 이와 관련한 레시피를 소개해 중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해당 건강 정보를 접할 때마다 동일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 의혹을 키웠다. 단순 정보 공유가 아닌 제품 홍보가 주요 목적이 아닐까하는 소비자들의 판단에서디.

앞서 맘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홈쇼핑 편성에 맞춰 간접적으로 건강식품을 홍보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맘카페에서 한 회원은 "지난달 초 카카두플럼이라는 생소한 열매가 대상포진 특효라며 방송프로그램에 소개해주길래, 저런 듣도 보도 못한 식품을 어디서 사먹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는데, 채널을 돌리자마자 바로 c**쇼핑에서 똑같은 열매 파우더를 팔고 있더라"고 놀라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회원은 "앞서 방영 전부터 방송사와 홈쇼핑 간에 조율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그동안 방송에서 정석적인 건강법을 소개해주는 줄 로만 알았는데, 만약에 방송 편성에 있어서 사전 조율이 있었다면 속았다는 배신감이 클거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각종 질병극복을 위한 커뮤니티에는 직접 제작진이 신분을 밝히며 특정 질환에 제품을 먹고 효과를 본 사람들을 모집하겠다는 공고가 다수 포착되면서, 앞서 제기한 간접광고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들은 자신이 헤당 건강프로그램 작가임을 알리며, 질환을 극복한 사람들 중 특정 건강식품을 섭취한 경험이 있는 지를 공통적으로 묻고 있다. 또 이와 유사한 모집글은 지난 4년간 꾸준히 지속된 것으로 확인된다.

한 질병 자연치유 모임 게시판에는 자신이 건강프로그램 제작팀이라고 신분을 알리며 "뇌경색,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을 겪었지만, 자신만의 비법으로 건강이 호전된 분들 중, 특히 '칸탈로프멜론 관련 식품'을 섭취한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출연자를 모집한다"며 촬영하는 영상의 취지를 밝히고 있다. 또다른 게시물에는 "재발 없이 항암관리를 하고 계시는 분들 중 '브라질너트' 섭취 경험이 있는 분을 모시고자 합니다"고 재차 강조하는 모습이 발견됐다.

이외에도 각종 질병과 관련된 커뮤니티에는 "부추즙을 먹고 임신에 성공하신 분을 찾는다", "노니 드시는 암환우 분들을 찾습니다", "꾸지뽕을 드시면서 간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회복한 사례자분을 모신다" 등 지난 4년동안 다수의 모집글들이 발견됐다.

출연 모집글을 접한 커뮤니티 회원들은 방송사가 특정 건강식품을 홍보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비판을 가세했다.

정보를 접한 암 환우카페의 회원들은 "브라질너트라면 암 환우라면 다 조금 씩은 먹고있는 제품일텐데, 식품 섭취만 해도 출연이 가능한거냐", "1년째 해당 식품을 먹고 있지만, 실제 탁월한 약효가 있는지 결과는 알 수 없는 노릇인거 같은데", "요즘 건강 프로그램이 거의 요리 방송처럼 진화하고 있는거 같다"는 등 반응을 내놨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