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천사 정식앨범 맞아?” 국내 펀딩 최고 후원액 '26억' 돌파했지만..
‘달빛천사 펀딩’이 26억이라는 사상 최대 후원액을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모았으나, 앨범 발매를 앞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성우 개인의 커버 앨범을 공식 굿즈인 것처럼 홍보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해당 펀딩은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정식 OST 발매’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으나, 세부내용에는 살펴보면 원작자와 판권 계약을 맺지 않은 개인 커버앨범이었다. 또한 앨범 표지는 모금이 성공한 직후, 이용신 성우의 개인 화보로 변경돼 후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실제 달빛천사 공식 OST 앨범인줄 알고 구입한 이들이 대거 환불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진행된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OST 펀딩’은 달빛천사를 추억하는 이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목표금액을 7989% 뛰어넘어 약 26억 3668만원을 달성, 국내 크라우드 펀딩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에 제작사 올보이스 측은 당초 USB형 앨범으로만 제작 예정이었던 상품에 CD형 음반과 굿즈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작사가 밝힌 ‘달빛천사 15주년 국내 정식 OST발매’라는 문구는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실제 달빛천사 펀딩은 이용신 성우의 개인 리메이크 앨범에 가까웠으며, 국내 정식 OST 앨범과는 거리가 있었다. 앨범에는 투니버스 방영 당시의 공식 음원을 수록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용신 성우가 현재 시점에서 반주와 노래를 다시 부르는 리메이크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별도의 상세설명에는 “달빛천사의 일본 원곡을 정식으로 리메이크해 2019년 새로운 달빛천사 OST를 선보이고자 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으나, 세세한 부분까지 읽지 않았다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외에도 제작사는 펀딩 모금이 완료된 직후, 앨범 표지를 이용신 성우의 화보로 전면 교체하고 ‘달빛 천사’라는 문구마저 앨범명에서 제외하는 등 전혀 다른 느낌의 앨범을 선보였다. 이들이 최초에 제시했던 애니메이션 15주년을 기념한 컨셉트와는 전혀 다른 상품을 제작한 셈이다. 초기에 호응을 끌었던 표지 이미지는 달빛 천사를 상징하는 보름달 그림에 'the moonlight angel 15th anniversary(달빛 천사 15주년 기념)' 글귀가 새겨져있었다.
단순히 ‘달빛천사 펀딩’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후원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 후원자는 커뮤니티를 통해 “우리가 사고 싶은 것은 달빛천사 풀문의 15주년 앨범이지, 이용신 개인 앨범이 아니다”라면서 “정식 OST 앨범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원작자에게 판권부터 사놓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구입한 건데, 일단 돈은 돈대로 다 걷어놓고서 저작권 때문에 안될 거같다니 이게 무슨 서순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작사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져 나온다.
소식을 접한 또다른 후원자들은 “그동안 Q&A 게시판을 통해서도 제대로 된 사실을 답변받지 못했다”, “표지 디자인과 같은 큰 변경은 불만족스러울 수 있으니 사전에 공지를 통해 재점검하는 게 당연하다”, “26억이라는 후원액에 대해 너무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등의 반응을 내놨다.
논란에 대해 이용신 성우는 지난 주인공 역할에 대한 열망과 자부심을 드러내고자 ‘달빛천사’라는 이름을 차용했다는 내용의 해명글을 올렸다.
이용신 성우는 “지난 16년동안 캐릭터를 연기해왔다는 열망과 자부심을 가지고 ‘돌아온 풀문’이라는 음반 제목을 선택했다”면서 “한국의 풀문 성우가 15년이 지나 이용신이라는 뮤지션으로서 작품에 나왔던 곡들을 정식으로 리메이크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어떨까한다”라고 앨범의 의미를 재정립했다.
또한 이용신 성우는 “앨범 자켓에 활용되는 달빛천사에 나오는 루나, 풀문의 이미지는 판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용될 수 없었고, 마찬가지로 달빛천사라는 명칭을 음반 제목에 사용하게 되면 원제작사와 상당 부분 수익을 공유해야해서 사정상 뺄 수 밖에 없었다”며 해명했다.
성우와 제작자의 해명에도 이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제작사 측은 환불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
제작사 올보이스 관계자는 “펀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후원자들과의 소통인데 이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이번 일로 최종디자인을 다시 점검하고 있으며, 모든 후원자분들께 100% 만족을 드릴 순 없지만, 환불을 원하시는 분들께 되도록 빠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