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차장 없으니 장사가 안되네"...속 타는 청주 소상공인들
청주시 흥덕구, 주차장 수요↑...'메디체크'에 시장 의존도 높은 탓
3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봉명 사거리 인근, 모 PC방을 운영해오다 최근 폐업을 결정한 사주 김모(익명요구) 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참을 흐느꼈다. 인근 타 PC방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매출이 급감, 폐업으로 이어졌다. 가게 리모델링, 최신 사양 컴퓨터를 대거 도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김씨와 같은 사례는 식음료업계에도 이어졌다. 주차장을 겸비한 경쟁업체에 방문객을 빼앗기기 일수다. 메디체크 인근 커피숍 점주 유모 씨는 "동네 커피숍에 주차장이라니, 창업 초기만 해도 생각치도 못한 사항"이라면서도 "당시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모 경쟁업체의 땅이 됐다. 가게 안을 가득 매운 해당 업체의 풍경을 볼 때마다 후회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에 따르면 이곳 봉명 사거리 상권은 '메디체크(한국건강관리협회 세종지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봉명 사거리를 찾는 소비자 대다수가 건강검진, 보건교육 등을 목적으로 메디체크를 방문한 사람들이다.
문제는 메디체크가 방문객용 주차장을 3개 층(지상1층+지하1,2층) 밖에 확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오전 11시만 되도 검진을 받으려는 환자들로 협회 주차장이 꽉 찬다. 이후 방문객들은 차량을 주차하기 위해 인근 상권을 정처 없이 떠돈다. 이들의 수요를 잡기 위한 지역 상권의 '주차장 마케팅'이 시작된 것이다.
지역상권 "가게 방문하시면 무료 주차 가능해요"
주차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사업체와는 달리, 주차장을 확보한 지역 상권들은 방문객 특수를 누린 모습이다. 점심식사 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께, 메디체크 인근에 위치한 모 식당은 사람들의 발길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방문객 김연석(31) 씨는 "건강검진 차 병원에 들렸다가 주차공간이 없어 이곳 식당을 방문했다"며 "차량만 주차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식당을 이용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다른 방문객 유호순(59) 씨도 "예약된 검진 시간보다 늦게 왔더니 건물(메디체크) 내 주차공간이 없었다"면서도 "식사도 할겸 예정에 없던 장소에 들리게 됐다. 가게 사장이 건강검진이 끝날 때까지 주차해도 된다 하여서 한편으론 안심이 된다"고 전했다.
식당을 운영 중인 최모 씨는 "우리 가게는 주차공간이 넓고 이동이 잦기 때문에 별도의 주차요원도 상근하고 있다"면서도 "병원이 갑작스레 이전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불안감도 있다. 주차장이 아닌 음식의 맛으로 승부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차장 확보로 인한 방문객 특수는 숙박업계에서도 통했다.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대실 이용객 수가 평균 7~8여 건에 달한다. 이들 대다수가 주차를 목적으로 한 메디체크 방문객이라는 것이 모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88모텔 관계자는 "평일 대실 이용 시 1만원 가량의 요금을 산정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부쩍 대실 이용객이 늘어난 것 같다. 연말 건강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매출 효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오전 시간대의 대실 이용객이 늘다보니 전체적인 매출량이 오르고 있다"면서도 "수준 높은 숙박 서비스로 이용객이 몰린 것이 아닌 주차 목적의 이용객이 대다수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이에 한국건강관리협회 세종지부 관계자는 "지역 상권들이 주차공간 제공을 빌미로 수요잡기에 혈안이 된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면서도 "방문객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현 시각에도 내부 주차공간에 최대한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