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원 더 주면 35분 이내 배달한다"...과금 유도 꼼수 부린 치킨집

소비자 "같은 주문도 차별하려는 심보" 비난 8년 전 배달 노동자 죽음 몰아세운 '30분 배달 보장제' 부활하나

2019-12-03     차혜린

특정 프랜차이즈 업계가 고객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주문할 때 추가 요금을 내면 '빠른 배달'을 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배달 업계에서는 최소주문금액을 비싸게 책정하거나, 음식 주문량에 따라 배달팁을 차등하게 하는 등 업계의 지나친 과금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시간에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추가 요금을 낸 주문자들에만 음식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심산을 보인 것이다. 또 '빠른 배달'은 시간 압박으로 오토바이를 모는 배달 노동자는 물론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는 2천원을 추가하면 35분만에 배달을 해주겠다는 '빠른 배달'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지난달 18일 밝혔다. '빠른 배달' 서비스는 해당 옵션을 선택한 고객을 우선으로 배차해 대기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는 취지의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같은 시간에 주문을 하더라도 우선순위에 밀리기 때문이다. 해당 서비스는 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추가 과금을 더 내도록 꼼수라는 지적이다.

배달 어플을 통해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은 "다른 고객들도 다 돈내고 주문하는건데 뭐가 되나요", "저 옵션에 체크하지 않으면 얼마나 늦게 가져다준다는 거냐", "2천원으로 손님들 간 우선순위를 가려낸다니 자본주의의 폐혜다", "추가 요금 붙이기가 도를 넘었다" 등의 입장을 내놨다.

사진= '안전 운전'이라는 글귀가 적힌 음식배달업체 라이더의 오토바이. 차혜린 기자.

업계 내 지나친 배달 속도 경쟁이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다수 나온다.

소비자들은 이어 "겨우 2천원으로 생명값이 오가는 게 맞는 처사일리가 없다", "신호 위반과 과속, 인도 위를 달리면서까지 빠르게 배달할 필요가 있냐", "지금도 차 사이로 달리는 오토바이들을 보면 아찔하다, 라이더나 보행자 모두에게 옳지 않은 배달 속도 경쟁을 당장 없애야한다" 등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앞서 도미노피자 등 일부 업체는 '30분 배달 보증제'를 앞세워 고객을 끌었지만, 연이은 배달노동자 사고를 야기하면서 해당 서비스를 폐지했다. 하지만, 최근 이 문제가 다시 35분 배달제로 둔갑해 나타나면서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에 또다시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라이더노동조합은 배달 노동자의 열약한 근무환경에 대해 다시 한 번 피력했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일부 음식점이 빠른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배달 라이더들 모두 걱정이 태산이다"라며 "이미 배달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같은 서비스가 유행하게 되면 더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달업계가 자의적으로 배달 속도를 제한할 경우, 업체 간 속도 경쟁이 가속회되면서 라이더들은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각 주문 페이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