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보이고 싶은 것만 보여준 맥도날드의 주방공개의 날

맥도날드, 신청 기자, 블러거 등은 ‘촬영금지 확인서’ 서명에도 출입거부...일부언론 통해 찬양 기사만

2019-11-21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일명 ‘곰팡이 햄버거’ 논란으로 한국맥도날드가 ‘주방 공개의 날’ 행사라는 초강수를 뒀다.

‘햄버거병’부터 위생불량 주방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맥도날드가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의 식재료의 관리와 신 기술이 포함된 조리과정을 모두 공개해 위생적인 조리가 이뤄진다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주방공개 프로젝트’를 두고 자신들에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공개인원에 참여시킨다는 비난이 나온다.

당초 온 국민에게 주방을 공개해 위생부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이번 프로젝트는 각가지 제약을 내걸고 사람들을 가늠해 출입 여부를 결정하며 논란을 지폈다.

심지어 촬영금지를 서약한 일부 언론의 기자의 출입과 블러거 등의 출입은 철저히 막아서며 과연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겠다는 회사의 진정성에 자조석인 말도 나온다.

모든 것을 공개해 신뢰를 찾겠다고 홍보와 달리 보이고 싶은 점만 보여주고 들추고 싶지 않은 부분은 철저히 숨기겠다는 꼼수란 지적이다.

최근 본지의 한 기자는 주방공개 행사에 직접 참여 신청을 했지만 미디어 촬영을 금지한다는 맥도날드의 주장에 황당해 했다.

이어 이 기자는 촬영금지에 동의하고 주방 공개 행사에 참여하려 했지만 기사화는 안 된다는 말도 안되는 압박을 받고 회사 측에 강하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다른 언론사의 또 다른 기자 역시 해당 행사에 직접 참여해 입장 전 신분을 밝히며 명함을 전달하고 ‘촬영금지 확인서’에 서명한 후 참여하겠다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거부당한 사건도 있었다.

맥도날드는 거부 사유로 “공개된 내용을 기사로 반영할 경우 곤란해질 수도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있는 그대로를 보이겠다는 ‘주방 공개의 날’ 행사의 취지와 상반된 주장이다.

맥도날드는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하고자 했던 기자들이 혹시나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전에 막아선 셈이다.

반면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맥도날드의 주방공개의 르포 기사가 쏟아졌다.

이 기사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맥도날드의 실시간 자동으로 기록하는 업계 유일의 ‘디지털 푸드 세이프티 시스템’ 등 최신식 기술과 위생 시스템의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춰 위생에 문제없음을 피력했다.

언론사의 르포기사나 보도 기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맥도날드가 몹시 흡족해 할 만한 기사임에는 틀림없다.

맥도날드 홍보 담당자는 이들 기사에 대해 “미디어 세션을 위한 자리를 따로 신청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방 공개의 날’ 행사를 홍보한 지난 11일 이후 맥도날드 본사와 홍보대행사 중 어느 곳에서도 공식적인 취재요청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입맛에 맞는 언론사들과만 미디어 세션을 마련했는지 모를 일이지만 온 국민 공개 행사에 국민의 자격으로 참여한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일부 언론에만 홍보성 자료를 나눠 줬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전국 310여개 레스토랑에서 ‘주방 공개의 날’을 개최해 자신들의 식품 안전 시스템을 공개키로 한 결정에는 일부 언론과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몇몇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한 셈이다.

맥도날드가 정말 위생과 제조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좀 더 떳떳하게 기자들에게 주방을 열었어야 했다.

최소한 자신들이 공개를 밝힌 기간이라도 말이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