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왜 나의 처남・처제는 결혼을 기피하는가?

남성 "출산과 양육 부담", 여성 "개인 삶·여가 중시"..저소득층 비혼 향후 사회문제화 될 수도

2019-11-18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한의사에 직업도 좋고 40대를 훌쩍 넘긴 아들이 장가를 가지 않아 속아 탄다. 대기업 다니는 딸도 결혼 적령기를 넘겼는데 선 자리도 나가지 않으려해 걱정이다”

필자가 처가를 방문할 때마다 장모님에게 듣는 푸념이다.

장모님의 푸념이 이어질 때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는 처남과 처제의 이야기는 이 시대 젊은 층들의 결혼관을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결혼 적령기 젊은이들은 왜? 결혼을 피하는 것일까?

최근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하는 이유로 남성은 ‘출산·양육 부담’을, 여성은 ‘개인의 삶·여가 중시’를 가장 많이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녀 모두 ‘과도한 주거비용’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최근 경기도가 경기도민 2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역시 최근의 결혼관을 그대로 반영한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비혼이 증가하는 이유로 남성이 꼽은 1위는 출산·양육 부담(32%)이었다.

이어 과도한 주거비용(29%), 개인의 삶·여가 중시(17%), 이상적 배우자 못 만남(7%) 등의 순이었다.

여성은 개인의 삶·여가 중시(26%)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과도한 주거비용(21%), 출산·양육 부담(20%), 이상적 배우자 못 만남(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혼 문제에 관해 남녀 간 시각차는 있었으나 가장 큰 제약으로 주거비용 부담이 꼽혔다.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 원인으로는 34%가 양육비·사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들었고, 다음으로 자녀 양육 심리적 부담(13%), 개인의 삶을 더 중시(13%), 과도한 주거비용(12%), 미래 사회상 비관적 전망(11%)을 꼽았다.

특히 여성들은 휴직 곤란·경력단절(13%)을 남성(5%)보다 더 많이 우려했다.

가장 시급한 저출산 대책으로는 공공보육 강화(27%)를 꼽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돌봄 시스템 확대와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결혼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가 ‘해야 한다’고 답했고, 이 중 69%는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결혼과 아이는 갖고 싶지만 현 상황이 뒷받침 되지 않아 결혼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이 같은 상황에 혼인율은 해마다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혼인 건수는 26만4500건으로 전년보다 6.1%(1만7200건) 감소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6800여 건 줄어든 25만7600건이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20만 대도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인 가구 비율은 30%에 육박했다. 혼자 살기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따라서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저소득 층의 비혼 증가율이다.

고소득층의 경우 가치관에 따라 선택적 비혼을 택하지만 저소득층의 경우 결혼을 하고 싶어도 포기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결국 혼인율이 떨어지고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이들의 증가는 결국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시사점을 준다.

연봉이 높은 직장에 다녀 노후대비를 꼼꼼히 준비하는 비혼은 출산율 외에는 그다지 문제가 없지만, 빈곤한 비혼, 장차 빈곤 가능성이 높은 비혼의 혼자살기 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문제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혼자 살기의 방식이 노년이 되면 문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년 시기에 피할 수 없는 지병과 그에 따른 의료비, 돌봄 서비스에 붙는 비용은 어마어마한 지출을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사회보장체제가 허약한 기반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비혼자의 노후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게 된다.

때문에 앞으로 닥칠 사회적 비용분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으로 돌리는 것도 고려해야 봐야 한다.

결국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우고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 없이는 결혼과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