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세계 입점 브랜드 "코세페님, 무임 승차좀 할게요"
신세계그룹, 코세페 불참에도 입점 브랜드 행사 마케팅은 '여전'
"코세페 할인 품목 없어요?" "있어요. 쓱데이요"
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세계백화점 안. 모 입점 브랜드에 코세페(코리아세일페스타) 할인 품목을 물은 취재진은 귀를 의심해야 했다. 물은 건 코세페인데, '쓱데이'라는 낯선 용어가 돌아왔다. 매장 직원은 '쓱데이 행사'의 가격 할인율과 제품 질감을 소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다른 입점 브랜드에서도 계속됐다. 코세페에 대해 물으니 "동일한 할인대의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며 쓱데이 코너로 안내한다. 일부 매장은 쓱데이 품목을 '코세페 상품'이라고 애써 포장하기도 했다.
코세페가 대국민 수요 증진을 위해 여러 민간업체들이 협업·주도하는 쇼핑행사라면, 쓱데이는 매출 신장을 위한 신세계그룹의 자체 행사다. 목적과 주체가 엄밀히 다르기 때문에 동일 행사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입점 브랜드들이 코세페와 쓱데이를 동일 시 여기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백화점 내부를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코세페 빈 자리 메꾼 '쓱데이'
이날 현장에서는 코세페 관련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쓱데이'라는 용어만이 빈 자리를 메꿨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1층 정문부터 코세페 행사를 전면 홍보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올해 코세페 행사에 사실상 불참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일 논의될 예정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약매입 지침이 원인이 됐다.
특약매입이란, 대규모유통업자가 입점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 매입한 뒤 판매 수수료를 뺀 대금을 주는 거래 방식을 말한다. 백화점·아울렛에서 '가격할인' 행사를 할 때, 대규모 유통업체 측에서 절반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라는 의미다.
공정위 지침에 반대표를 던진 신세계는 코세페에서 한걸음 물러서되, 자체 쇼핑축제인 '쓱데이'로 반등을 꾀하려는 모습이다. 실제 쓱데이는 그룹 내 18개 계열사가 모두 참여한다는 대규모 행사로 기획됐다.
다만, 일부 입점 브랜드들이 코세페 불참 사실 자체를 숨기는 경향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 품목이 코세페 상품"이라는 말이 곧잘 나올 정도다.
"코세페 불참, 굳이 밝힐 필요 있나요?"
실제 입점 브랜드들은 코세페 행사에 대한 불참을 굳이 밝힐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룹 자체적으로 진행될 뿐, 쓱데이 역시 '11월 쇼핑행사'라는 점에서 동일한 맥락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성의류 브랜드 에고이스트(EGOIST) 관계자는 "코세페의 경우 올해로 5년차를 맞이한 대국민 행사이기 때문에 쓱데이보다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며 "여기에 두 행사가 할인율이 비슷하다는 점도 있어 이러한 현상이 빗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덧붙여 "마치 국민을 속이는 듯한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마케팅 영업의 편의를 위한 방안일 뿐, 그외 어떤 해석도 나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입점 브랜드 관계자도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익명을 요구한 남성 정장 브랜드 점주 A씨는 "코세페에 참여한 현대백화점의 할인율과 신세계백화점의 쓱데이 할인율을 면밀히 따져보시길 바란다"며 "쓱데이가 더 혜택이 높다는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일부 소비자들이 자체 행사보다 코세페 할인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협된 시각"이라며 "쓱데이와 코세페를 동일 시 소개하는 입점 브랜드들의 심경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표했다.
"소비자 혼동만 높이게 될 것"...오버(Over) 마케팅 자제해야
코세페와 자체 행사인 쓱데이를 동일 시 여길 경우, 소비자 혼동을 높일 수 있다는 비관적인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들에게 두 행사의 차이점을 명확히 전달하고 쓱데이가 지닌 장점을 부각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만난 이니스프리 점주는 쓱데이와 코세페를 동일시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그런(코세페를 쓱데이로 대체 소개) 마케팅 전략은 올바른 영업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간혹 코세페 상품을 묻는 고객들이 있는데 오히려 이들에게 백화점 사정 상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말을 건네고 있다"며 "대신 쓱데이라는 다른행사가 있으니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전한다"고 했다.
또 "실제 쓱데이 할인율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코세페 이상의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며 "코세페에 의지해 영업 실적을 높이겠다는 방식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