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기준금리 내렸는데 왜 대출금리는 오를까?”

은행권, 기준금리 인하에 예금금리 내리고 대출금리 일제히 높여…채권금리의 역설 지적

2019-10-31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지난 7·10월 기준금리가 연속 인하되며 역대 최저치를 찍었지만 되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모양새다.

일부 은행은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향후 예금금리는 오히려 낮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 현상에 대해 채권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2%대에 진입하며 역대 최저치를 찍은 가계대출 금리는 9월 다시 연 3%대로 올라섰다.

2001년 9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가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멈추고 연 2.51%로 상승 전환한 셈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30일 발표한 자료에도 이같은 사항이 잘 담겼다.

'2019년 9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 가계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02%로 전달보다 0.10%p(포인트) 올랐다.

이외에도 일반신용대출 금리(3.86%)는 0.23%p, 500만원 이하 소액대출 금리(4.35%)는 0.22%p 각각 오름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은행의 대출금리가 오히려 오르고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예대마진과 채권의 영향이란 설명이다.

예대마진이란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나머지 부분을 말한다.

쉽게 말해 은행이 1%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리고 3%의 이자로 빌려줬을 때 은행의 수입이 되는 2% 차이가 예대마진이다.

대출금리가 높고 예금금리가 낮을수록 예대마진이 커지고 그만큼 금융기관의 수입도 늘어나게 되므로 예대마진은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한 금융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가 오르는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은행의 장삿속 요인도 이중 하나”라며 “시중은행의 경우 금리 조정 시 조달금리에 자신들의 가산 금리라고 해서 마진을 넣는데 그 가산 금리 폭을 요즘 은행들이 높이고 있는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때문에 기준금리가 낮아져도 예금 금리는 그대로이거나 낮추면서 대출 금리를 높이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슈로 부상한 안심전환대출, 2차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금리 인상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특히 이들 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MBS라는 채권을 발행해 돈을 조달하고 시중은행의 기존 대출금을 갚아주는 방식이다.

20조 원가까운 MBS 채권이 발행되며 채권 물량이 많이 쏟아지다 보니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는 이익 기대감에 대출금리가 먼저 선반영 돼 올랐다는 것.

이와 같은 금리의 역설에 채권 시장의 거품이 깨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금리인하가 지속되며 채권으로 돈이 몰리며 채권시장이 커졌지만 이후 과도한 시장분위기가 팔자로 돌아서며 시중금리가 오르는 역 현상이 나타난 다는 점을 경고하는 목소리다.

금융업계 한 전문가는 “그동안 저금리에 채권의 몸값, 가격은 높아졌지만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채권을 내다 팔고 이탈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채권 가격과 채권 금리, 채권 수익률은 반비례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의 상승 원인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하더라도 채권시장에 기준금리가 낮다는 인식이 깔리며 오히려 역효과로 시중금리가 당겨 올라가버리고 있다”며 “시중금리의 상승은 대출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지고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