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롯데百 할로윈 행사...할인매장이 어디에요?

할로윈 가격 할인 '중구난방'... 입점 브랜드 재량에 소비자 혼란만 '가중'

2019-10-24     안세준
2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옥상정원 입구. 공포스러운 음악과 특수 연출이 할로윈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23일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옥상정원 입구. 굵고 강고한 목소리가 주위 시선을 끈다. 아들과 함께 백화점을 방문한 엄마 윤모(37·익명요구) 씨다. 윤씨는 아들에게 "행사 기간 중이니 싸게 파는 물건도 있을 것"이라며 "장난감 사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당부했다.

대화를 마친 모자(母子)는 공포스러운 음악이 흘러 나오는 특정 장소로 향했다. 그들이 지나간 문턱 위에는 'HALLOWEEN' 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롯데백화점 서울본점은 10월 31일 '할로윈 데이(HALLOWEEN DAY)'를 기념한 각종 행사가 한창이다. 백화점 전 구역이 여러 할로윈 소품으로 꾸며졌고, 할로윈 특별 퍼레이드도 진행된다. 특히, 영플라자 옥상정원엔 할로윈 전용 소품 공간이 따로 비치될 정도다.

그런데 일부 현장 소비자들이 '할로윈 행사=가격 할인전'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 모양새다. 옥상정원 입구에서 윤씨 가족을 포함, 할인과 가격 등을 언급한 소비자만도 3차례에 이른다.

언론 보도용 자료와 백화점 내 어느 홍보물을 살펴봐도 가격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소비자들이 할로윈 행사를 가격 할인전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윤씨 가족의 뒤를 쫓아봤다.

윤씨 ​"할로윈 할인 없어요?"...팝업 직원 "금시초문인데요..."

옥상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할로윈 용품 '호박 머리띠'를 손에 움켜 쥔 아들과 이를 지켜보고 있는 윤씨, 그 앞에 선 할로윈 스토어 직원의 모습이 보인다.

호박 머리띠를 갖고 싶다는 아들의 요구에 지갑 문을 연 윤씨는 스토어 직원에게 할인 행사 가격이 얼마인지 묻는다. 예상치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별도의 가격 할인 행사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윤씨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할로윈 행사에서 제품을 할인 구매한 적 있다. 올해만 진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스토어 직원은 "할로윈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는 건 맞지만, 롯데백화점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가격 DC(할인)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혹시 모르니 아래층으로 가보시길 바란다. 이곳은 팝업 매장이어서 적용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옥상정원에 위치한 할로윈 팝업 스토어. 윤씨가 매장 직원에게 할로윈 이벤트 가격 할인에 대해 묻고 있다.

롯데백화점 내부에서는 할로윈 이벤트를 기념한 가격 할인 행사가 진행되고 있을까. 입점 브랜드들이 위치한 백화점 내부(1~6층) 코너로 향했다.

가격 할인 유무, 입점 브랜드 별 제 각각...소비자 혼동↑

캐쥬얼 의류 브랜드들이 입점한 백화점 3층 코너. 가을 옷을 차려 입은 전시용 의상에 '할로윈 뱃지'가 부착돼 있다. 의상에 붙은 할로윈 뱃지를 확인한 소비자들은 매장 직원들에게 할인 행사 상품이냐고 묻는 데 여념이 없다. 돌아 온 답은 간단명료했다. "아니요. 그런 할인은 없어요"

롯데백화점은 매해 10월 31일을 기념, 할로윈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할로윈 할인에 대한 권한은 입점 브랜드 재량에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특정 브랜드에서 할로윈 할인 혜택을 받았지만, 올해는 관련 행사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는 이유다. 이에 소비자들은 롯데백화점 내 입점한 수백 여개의 브랜드를 방문, 가격 할인 유무를 직접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 상황이 달갑지 않은 것은 입점 브랜드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할로윈 가격 할인에 대한 오해, 안내가 고스란히 입점 브랜드 직원들의 몫이된 탓이다.

여성 의류 브랜드 'THYREN ' 직원은 "최근 많은 분들이 할로윈 할인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그런 행사는 진행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일부 품목에 한해 저희(매장) 자체적으로 30% 세일을 진행해 줄 수는 있다"고 전했다.

다른 입점 브랜드 직원은 반복되는 질문이 지겹다는 듯, 무성의한 태도로 응대하기도 했다. COVETBLAN 직원 A씨는 할로윈 할인을 묻는 질문에 "저희는 그런 거 안해요. 매장마다 달라요"라고 언급했다.

모 입점 브랜드의 전시용 의상. '할로윈 뱃지'가 가슴 상단에 부착돼 있다. 해당 매장은 할로윈 데이를 기념, 별도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았다.

할로윈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입점 브랜드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할인명은 '할로윈 나이트 파티'. 롯데백화점이 진행 중인 이벤트명과 동일하다. 브랜드 익명을 요구한 모 매장 직원은 "신상품을 제외한 몇 몇 상품들에 할로윈 할인 행사를 적용하고 있다"며 "겨울 아우터는 20%, 그외 상품군은 최대 30%까지 할인받으실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주최는 롯데, 볼멘소리 응대는 입점 브랜드 몫

일부 입점 브랜드들은 롯데백화점 측이 입점 브랜드와 협업, 할로윈 이벤트를 '정기 할인기간'으로 지정하거나 소비자들에게 할인 행사 유무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할인 주체가 입점 브랜드로 주어져 마치 중구난방과도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남성 캐주얼 브랜드 직원 B씨는 "옆 매장은 할인을 하고 우리는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차라리 코세페(코리아 세일 페스타)처럼 입점 브랜드들과 협업해 정기 할인기간으로 지정하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다 못해 할인 주체를 입점 브랜드 재량으로 부여 후 팜플렛 등을 통해 할인 매장을 소비자들에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며 "행사 주체는 백화점 측이 주최하고 이에 대한 관리는 입점 브랜드에 넘기려는 자세는 잘못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23일 입점 브랜드 직원이 할로윈 기념 진열 상품을 정돈하고 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