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을 편집 합니다”…유전자가 바꾼 삶의 변화

암 치료, 맞춤형 식단에 스포츠 도핑까지 쓰임새 다양…유전자 편집 등의 도덕성 논란은 여전

2019-10-17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유전자를 활용한 산업은 보건분야에서만 3조 달러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 15개, 구글 15개 정도가 탄생할 수 있는 규모로 식품이나 다른 분야까지 합산하면 엄청난 규모로 성장 가능한 산업 군이다. 아마 제2의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는 유전자 관련 분야에서 나올 것이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과 교수가 유전자 산업의 미래에 대해 밝힌 말이다.

김 교수의 설명처럼 최근 유전자를 이용한 산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유전자 편집과 분석을 통해 생명연장의 꿈에 한발 다가서 있다.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암치료 등에 유전자의 특성을 이용한 치료법이 사용되며 암 또한 극복의 대상이 됐다.

비단 의료계만 유전자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유전자에 맞는 식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등장하며 유전자가 일상 속에 가까운 존재가 됐다.

다만 유전자를 사용자 입맛에 맛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유전자 편집이 우수한 유전자만을 가진 개체를 생산하거나 좀 더 많은 수확물을 얻기 위해 변형하는 GMO 식품이 향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우리의 일상을 컨트롤하는 유전자 과연 우리 미래에 희망이 될지 아니면 암울한 그림자가 될지 여전히 논란거리다.

◆유전체 분석 말기암 생명 연장 ‘물꼬’

유전자의 특성을 이용한 의료계의 신약개발이 잰걸음을 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은 최근 말기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8가지 항암 신약을 골라서 투여한 결과 생존 기간이 석 달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시작단계지만 유전자 분석을 통해 말기 위암환자 맞춤형 치료의 길을 연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1차 항암 치료를 마친 말기 위암환자 772명의 유전자와 단백질을 분석했다. 이들은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해 병의 차도가 없거나 악화하는 환자다.

이 중 715명의 유전체 분석에 성공했고 이들의 유전자 변이를 따졌다.

RAS·TP53·PIK3CA 등 암 관련 8가지 유전자의 변이를 확인했는데, 변이가 한 개 이상 확인된 환자가 105명이었다.

이들에게 임상시험 중인 표적항암제 8가지 신약을 골라 투여했다.

그결과 환자는 9.8개월 생존 가능했다. 이는 기존 치료법 환자보다 약 석 달 긴 기간이다.

또 병이 더는 악화하지 않은 무진행 생존 기간도 기존 치료법 보다 2개월여 길었다.

연구팀 총괄 이지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전체, 면역 염색, RNA 시퀀싱 등의 여러 가지 암 표지자(암을 나타내는 표시)를 한꺼번에 분석해 이들 토대로 맞춤치료를 했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입증한 것”이라며 “국내 의료진의 힘으로 국내 병원에서 이런 성과를 낸 것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암을 미리 막거나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법으로 유전자 편집도 시도되고 있다. 말 그대로 유전자 편집은 향후 유전적 요인으로 암에 발생가능성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그 요소를 제거해 막는 방식이다.

헐리우드 배우인 안젤리나 졸 리가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것이 좋은 예다.

염색체의 말단 소체인 텔로미어(telomere)길이를 늘려 ‘생명 연장'의 비밀을 푸는 방식도 주목받고 있다.

캐럴 그라이더를 비롯한 3명의 과학자가 2009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연구가 바로 텔로미어에 관한 생명 연장 연구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 부분의 DNA를 말하는데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노화를 결정짓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세포는 나이가 들면서 계속 분열하는데 분열할수록 텔로미어는 짧아진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계속 짧아져 한계치 이하가 되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게 되고 인간은 노화한다.

다시 말해 인위적 조작을 통해 텔로미어가 길어지거나, 짧아짐이 느리게 되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텔로미어는 지구력 운동이나 음식으로도 길이를 늘려 노화를 막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을 통해 손쉽게 수명을 늘리수 있는 방식은 인간의 생명 연장의 획기적인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 스페인 과학자들이 사상최초로 유전자 편집 없이 수명을 연장하는 길을 열었지만 여전히 유전자 편집을 통한 시도가 주를 이루는 까닥이다.

◆유전자 분석으로 내게 맞는 음식을 제공하는 시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나에게 맞는 음식으로 몸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방식이 최근 식품업계의 아이템으로 출시되고 있다.

유전자의 인위적 편집보다 나의 유전자 특성을 고려해 식음료를 추천받는 방식이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개인별 맞춤 식사 제공하는 '유전자 맞춤형 프로그램'이 나온 셈이다.

풀무원녹즙은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해 고객별 세심한 맞춤형 식단 제공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 프로그램은 풀무원의 방대한 식단 데이터에 유전자 분석 기술을 매칭해 탄생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대사, 피부, 모발과 관련된 12가지 항목의 유전자 특성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기업이 식단을 구성해 고객에게 맞춤 식사를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20만원대에 저렴한 유전자 검사 비용으로 가능했다.

부담되지 않는 비용에 나의 특성에 맞는 식품을 추천 받고 기업은 이를 판매 전략으로 사용한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향후 유전자 분석뿐만 아니라 유전자 편집 역시 저렴한 가격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분석만큼 편집도 쉬워질 수 있다는 것.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과 교수는 "기존에는 유전자 편집에 수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지만,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기술(CRISPR-Cas9)의 등장으로 앞으로는 같은 작업을 30달러로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전자 편집, 인류에 위협 될 수도

유전자 편집이 과연 인류에게 희망만을 안겨 줄까? 전문가들은 편집의 혜택보다는 부작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학의 발전에 저렴해진 유전자 편집기술은 향후 슈퍼인류의 탄생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유전자 검사를 하면 자신의 선조에 대한 정보부터 시작해서 성격적 문제, 신체적 문제까지 파악할 수 있다.

만약 법에 의해 허용되지 않은 부분까지 검사한다고 하면, 태아 단계부터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심한 경우는 이 아이가 운동 선수로서 적합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미리 파악하고,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운동 선수에 적합한 인간으로 개조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관련 전문가는 "유전자 편집기술로 직접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시도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2028년이면 중국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기들이 유전자 조작으로 높은 지능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윤리적 문제로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인해 인위적 편집은 금지됐다.

이에 대해 이 전문가는 "현재 국내에서는 인간의 유전자편집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기업들이 대비한다는 미래는 외국에서는 이미 현재의 이야기고 산업의 발전에 뒤떨어지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