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가뜩이나 많은데' 9호선 구간 파업 ...구름인파 몰려 '아비귀환'

국회의사당역, 승차 대기시간 20분 소요...2·3단계 구간은 '이동 불가'로 불만 터져나와

2019-10-08     안세준

"면접 시간을 늦출 순 없을까요? 지금 지하철이 너무 안와서..."

지난 7일 오후 1시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안. 한 여성의 근심 가득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모 공기업 서류전형에 합격 후 면접 장소로 향하던 김모(25)씨 였다. 그는 "평소 이 지하철 구간을 자주 이용해 열차 시각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오늘따라 유독 열차가 늦는 것 같다. 열차를 기다린 지 벌써 15분이 경과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날 찾은 국회의사당역은 수 많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지하철 운행이 연이어 지연되면서 호차별 탑승 대기동선이 평균 15m 가량 길게 늘어선 탓이다. 승강장 전체가 사람으로 부대끼며 체온이 올라 땀을 흘리는 와중에도 승강장을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9호선 열차가 지연된 이유는 서울교통공사 9호선 운영부문 노동조합(서울메트로9호선지부)이 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2·3단계 구간)에 대해 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서울시에 ▲연봉제 폐지 및 호봉제 도입 ▲민간위탁 운영방식 폐지 ▲서울교통공사와 동일한 취업규직 적용 등 주요쟁점 사항에 대한 협상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노조는 7일부터 9일까지 3일 간 파업을 결정, 지하철 대란을 야기했다.

7일 서울지하철 국회의사당 역내 모습. 수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9호선 운영부문 노동조합은 공공업무의 특성을 반영, 출근 시간 지하철 운행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출근 시간 외 지하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지하철 대란을 겪어야 했다. 지연 원인을 모르는 일부 이용객들은 기약 없는 지하철 도착을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였다.

2·3단계 구간인 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오후 2시께 언주역에 도착, 개화행 지하철을 기다려 보니 대기 시간으로 15분이 소요됐다. 대기줄 뒷 열에 위치한 소비자들은 탑승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곤 했다.

파업 사실조차 모르는 소비자들...수 많은 인파에 입이 '떡'

"이야...여기가 무슨 놀이공원이야?"

언주역 오후 2시 20분께, 한 남성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역내로 퍼진다. 부산 출장을 위해 9호선 김포공항 역을 향하던 직장인 한현수(39) 씨 였다. 그는 "얼마 전 자녀와 다녀 온 잠실 롯데월드 어트랙션의 대기 동선도 이 정도로 길진 않았던 것 같다"며 "순간적으로 아직 놀이공원에 있는건가 착각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씨의 직장 동료 최모(34·익명요구)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마치 명절 하루 전, 꽉 막힌 경부고속도로 한 가운데 있는 것 같다. 놀이공원은 줄이 빠지기라도 하지. 이곳은 줄이 줄어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9호선 파업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이용객도 상당수 있었다. 취업 준비생 박호준(27) 씨는 파업소식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듣지 못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파업 사실을 알았더라면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기 인원이 많고 지하철이 듬성 듬성 도착하는 점이 어쩐지 수상쩍다고 생각했다"고 호소했다.

대학생 김유진(25) 씨도 "파업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다. 알려줘서 고맙다"며 "돌아올 때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승객들은 더 큰 불편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대학생 윤모(21·익명요구)씨는 "학교가 다른 지하철이나 버스로는 오고가기 힘들어 불편하긴 하지만 일이 힘드셔서 파업하시는 것일테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노사간 갈등 문제가 조급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신논현역으로 출근하던 최은영(35)씨는 "오후 5~6시께에는 진짜 사람이 많이 붐벼 지옥철인데, 퇴근시간대에 열차가 지연되면 정말 힘들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이어 "전면파업으로 가면 너무 힘들어져서 안 된다"며 "파업은 최대한 승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9호선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오전 5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운행된다. 운행시격도 그대로 유지된다. 운행시격은 선행 열차와 후속 열차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운전하도록 배차하는 시간의 간격이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