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열병에 도매가 폭락했다는 삼겹살...마트서는 여전히 金겹살

양돈농가 ASF에 힘 빠지고 도매가 하락에 허리 휜다…도매가 44%↓ 소매가는 되레 올라

2019-10-11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영향으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폭락하고 있지만 소매가격은 되레 상승하고 있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순식간에 대규모 물량이 쏟아지고,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일부 유통업자들이 공급물량을 풀지 않아 발생한 현상이란 분석이다.

한돈협회 등 양돈농가들은 돼지열병에 도매가 하락, 소비 부진을 부추기는 가격상승 꼼수가 농가를 두 번 죽이는 행위하며 유통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11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는 ㎏당 3333원에 거래됐다. 이는 1주일 전(4013원)에 비해 680원 떨어진 가격이다.

앞서 국내 첫 ASF 발생이 확인됐던 지난달 17일 가격(5975원)과 비교하면 도매가격은 약 44.2% 하락했다.

업계는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로 ‘공급 과잉’을 꼽는다. 특히 돼지열병으로 인한 불완전한 공급이 불확실성을 키워 가격 상승이 아닌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SF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가 해제할 때마다 출하를 늦췄던 물량이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며 “혹시나 해서 일찍 물량을 내놓기도 하지만 출하물량이 몰리며 도매가격을 낮추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매가격의 하락에도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소매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같은날 삼겹살 소매가격은 ㎏당 2만250원이었다. 이는 도매가격이 최고치를 찍은 지난달 18일(2만442원)과 크게 차이가 없다. 올 들어 평균 가격은 2만1340원으로, 지난달 평균가(2만560원)보다 오히려 높았다.

마트나 동내 정육점의 판매가격은 도매가격 하락을 실감할 수 없을 만큼 여전히 금값이었다.

실제 서대문의 한 마트 5곳을 방문한 결과 한돈 목살의 경우 100g 당 평균 3300원 가량에 판매되고 있었다. 삼겹살의 경우도 가격 차이가 일부 있었지만 평균 100g 당 3000에서 3500 원에 판매하는 경우가 상당수 였다.

이는 도매가격 하락과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이같은 기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가들과 현지 판매업체들은 유통업자의 물량 감소를 꼬집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매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도매상들이 미리 사놓은 돼지고기 물량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매점과 정육점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도매상들은 ASF 첫 발생 당시 미리 돼지고기를 사놓은 이후 올라갈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소매상들도 이와 유사한 답을 내놨다.

서대문의 한 마트 정육코너 담당자는 “돼지열병 이후 언론에서는 가격 하락을 연일 보도하지만 실상 삼겹살 매입가는 30%나 올랐다”며 “업계에서는 도매업자들이 폭락할 때 물량을 사놓고 안풀다가 가격 오르면 풀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답답해 했다.

이 같은 현상에 양돈업계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한 양돈업계 관계자들은 “양돈농가들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잠도 못자고 힘들어 하는 시기인데 도매가격 하락과 소비자의 외면으로 더욱 힘든 상태가 됐다”며 “유통업자들이 자신의 배만 불리려는 장난질로 결국 공급자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고 이는 양돈 농가를 두 번 죽이는 꼴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