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성분 없다더니...쿠쿠홈시스, '세라믹 필터' 조용히 회수

쿠쿠홈시스 "소비자 심리적 안정 높이기 위함" VS 이용객 "소비자 기만하는 행위"

2019-10-07     안세준
쿠쿠홈시스의 내추럴워터 홍보 이미지. '참술, 세라믹볼 등 내추럴필터로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만들어냈다' 문구가 눈길을 끈다.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쿠쿠홈시스의 음이온 세라믹 필터가 수면 위로 올랐다. 쿠쿠홈시스가 세라믹 필터를 비공개적으로 회수하고 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해당 제품군은 발암 물질인 라돈(Radon)이 방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홈시스는 연수기 필터 교체 주기에 맞춰 각 가정을 방문, 세라믹 필터 사용 유무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라믹 필터를 사용 중이면 이를 회수하고 세라믹 볼이 적용되지 않은 필터로 교체했다. 그동안 쿠쿠홈시스가 '건강과 미용에 좋다'는 이유로 세라믹 필터를 적극 권장해왔다는 점을 미뤄보면 이례적인 행보다.

세라믹 필터 회수·교체에 대해 사측은 "소비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높이기 위함일 뿐, 인체 위험성은 전혀 없다"고 취지를 밝혔다. 실제 방사성 원료물질의 판별 척도인 천연방사성 핵종 농도가 기준치 0.1 베크렐 이하로 낮다는 설명이다.

쿠쿠홈시스 관계자는 "한일원자력에서 공식으로 받은 종합 결과를 통해 연수기 필터와 세라믹 볼을 통과한 라돈 수치가 '안전' 등급을 받았다"며 "천연방사선 핵종의 경우에도 그램당 0.1 베크렐(0.1Bq/g)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준치(0.1 베크렐) 이하는 그 수치가 너무 낮아 법규조차 규정돼 있지 않다"며 "발암 물질로의 오인은 근거 없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수치는 별개 문제...불친절 대응에 뿔난 이용객

쿠쿠홈시스가 해명을 내놓았지만 실제 이용객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논란이 불거지기 전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안내도 진행되지 않은 데다, 제품 판매 당시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쿠쿠홈시스 고객센터 게시판에 쿠쿠 공기청정기 필터의 안전성을 묻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1년 6개월 간 쿠쿠 연수기와 정수기를 이용해 왔다고 밝힌 직장인 A씨는 "해당 사안의 주안점은 세라믹 필터 이용객 대다수가 '건강하고 깨끗한 수질을 보장한다'는 사측 홍보에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이라며 "만일 발암 물질로의 오해 소지가 없다 하더라도, 건강한 물로는 볼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A씨는 또 "사안이 사안인 만큼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해당 내용을 명확히 기재하고 세라믹 볼을 사용 중인 실제 소비자들에게 교체 취지를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러한 사전 조치가 없이 무작정 제품을 교체해주는 것은 소비자를 업신 여기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다른 소비자 김홍두(30) 씨도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씨는 "얼마 전 부모님을 통해 주방 연수기의 필터를 교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시 부모님이 필터 교체 이유를 물었는데 제품 교체 주기가 지났고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라돈 논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돈 메트리스 사태에 따라 우리 주변에 음이온이 발생하는 생활제품까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 속에서 이같은 대응은 소비자들의 불신을 되려 키울 수 있다"며 "회사(쿠쿠홈시스)가 발암 물질이 없다고 자신한다면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이 사실을 전달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라돈 검출 논란에 휩싸이며 357개 제품을 전량 회수한 씰리침대.

쿠쿠홈시스, 오해 소지 없애기에 총력

그렇다면 세라믹 필터가 발암 물질 기준치를 하회했음에도, 사측이 교체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을 개정하며 방사성 물질 감시체계를 높인 점에 주목했다. 법률 개정에 따라 의심 제품 접수가 진행되면 사전등록 및 취득판매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하지 않지만 방사성 물질'이라는 오해의 딱지가 붙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올해 1월 15일 개정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생활방사선법)’을 지난 7월 1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해당 법률에 따라 모자나이트등 방사성 원료물질의 부적합한 사용을 원천 금지하고 방사성 원료물질 수입부터 해당물질을 사용한 가공제품의 제조·판매까지 관리가 강화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해당 과정을 거치게 되면 쿠쿠홈시스의 음이온 세라믹 필터는 그램 당 0.1 베크렐로 법적 규제는 면할 수 있지만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는 것을 사실상 공론화하게 된다. 오해의 소지가 번져 소비자 불매 운동 대상에 오르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