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원금 손실 DLF, 투자자 고통 먼저 살펴야
안전자산 둔갑 손실 위험 묵살하고 숨겨...금감원, 불완전판매 내부통제미흡 등 총체적 문제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대규모 손실로 파문을 일으킨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이 총체적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판매에 나섰던 은행은 투자자와 상품을 판매한 프라이빗뱅커(PB)에게도 사실상 원금 손실 위험을 숨긴 채 상품을 판매한 것 뿐만 아니라 설계·제조 등 전 과정에서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낸 셈이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 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말부터 진행 중인 은행 2곳(우리·하나), 증권사 3곳(IBK·NH·하나금투), 자산운용사 5곳(유경·KB·교보·메리츠·HDC)에 대한 합동 현장검사 결과,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사들의 DLF 상품 설계·제조·판매 과정은 총체적으로 부실이 확인 됐다.
투자자들에게 DLF 상품을 판매한 은행은 자체 검증 없이 자산운용사의 모의실험(백테스트) 결과를 직원 연수와 DLF 상품 판매에 그대로 활용해 문제를 키웠다는 판단이다.
실제 문제가 지적된 은행은 '만기상환확률 100%, 원금손실확률 0%' 등 긍정적인 내용만 적힌 마케팅 자료를 사내게시판에 게시하고 영업점으로 전송했다.
이때 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 정보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은행 본점은 안전자산(예금형) 선호고객을 타케팅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결국 판매 직원들은 투자자들에게 DLF 상품을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금리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게 은행 차원에서 사건을 주도한 셈이다.
모 은행은 3만여건의 투자광고 메시지 발송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이 손실 가능성, 이익보장 등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들 은행의 내부통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고위험상품 출시 결정 시 내부 상품(선정)위원회 심의·승인을 얻어야 하지만, 이번 상품 중 위원회 심의를 거친 건은 1% 미만에 불과했다.
은행의 판매정책에서도 지적사항이 나왔다. 검사대상 은행의 경우 비이자수익 배점은 여타 시중은행 대비 높게 설정한 반면, 소비자보호 배점은 낮게 부여했다.
특히, PB센터에 대한 비이자수익 배점을 경쟁 은행 대비 2~7배 높은 수준으로 부여해 사실상 이번에 문제가 된 DLF 상품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이 위험을 묵살하고 사실상 안전자산으로 둔갑을 스스로 장려한 것.
이외에도 우선 투자자 확인서상 자필로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을 기재해야 하지만, 이를 누락하거나 대필 기재가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와 설명의무 의반 등 다양한 위반 사례도 지적됐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과연 원금손실에 대한 얼마만큼의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 이 상품에 대한 투자자 현황을 보면 전체 3243명 중 개인 일반투자자가 92.6%인 3004명( 6480억), 그 외 법인이 222명(1386억)이 가입했다.
개인 투자금액은 1억원대가 65.8%(1988명·22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3억원 미만 투자자가 83.3%(2517명·3344억원)을 차지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15억원 이상 투자자는 0.9%(27명·843억원)였다.
특히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은 절반에 가까웠고, 70대 이상의 고령자 비중도 643명에 달했다.
즉, 은행의 원금손실이 없다는 권유에 노년층들이 자신의 자산을 믿고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그러나 투자원금에 대해 전액을 배상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문제의 핵심인 은행권 경영진의 책임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이 향후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지만 경영진의 책임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은행권 역시 경영진이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을 다해 분쟁조정절차에 협조하겠습니다는 입장이지만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법리적 검토를 거친다는 원론적 입장만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지루한 법정 싸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았다는 말이다.
금감원은 향후 사실관계 확정 등을 위해 이며 법리검토 등을 통해 추후 제재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수준과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손해배상여부 및 배상비율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분쟁조정신청건에 대한 민원 현장조사 및 검사결과 등을 토대로 법률검토를 거쳐 조속한 시일내에 분쟁조정 위원회에 부의하고, 분조위에서 결정된 개별 건의 배상기준을 기초로 해 나머지 건에 대해서도 합의권고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것.
일부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난 KEB하나은행의 지성규 행장 역시 1일 입장문을 통해 “고객에 고통과 손실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분쟁조정절차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배상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화되면 피해자와 은행 간의 입장차가 클 것으로 보여 법정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 상황만으로는 고령의 피해자들의 피 말리는 지루한 싸움이 불가피해 보인다.
원만한 해결이 중요한 시점이다.
금감원이 판매과정에서 명백한 불법사례를 확인했고, 은행권 역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만큼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지루한 법정싸움 보다는 원활한 합의점을 찾길 기대해 본다.
향후 제발방지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들의 아픈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먼저란 말이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