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일상으로 확대된 미세플라스틱 포비아"

녹색소비자연대, 섬유유연제 12종 중 5개 제품서 미세플라스틱 검출

2019-09-25     박남철
표=녹색소비자연대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일상에서 믿고 쓰는 섬유유연제 제품 상당수에서 미세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 포비아(phobia, 공포증)가 생활 필수품 전반에 퍼지며 소비자들의 우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내 섬유유연제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들은 이번 조사결과에 충격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 일상에 만연된 미세플라스틱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섬유유연제 12종을 국가공인 시험 검사기관인 코티티(KOTITI) 시험연구원에 시험검사를 의뢰한시점은 지난 6월 25일부터 7월 26일이다.

시험검사는 미세 물질 성분 분석이 가능한 SEM(주사전자현미경)-EDS(에너지분산형 분광분석기), FT-IR(적외선 분광분석기) 등을 통해 세밀하게 이뤄졌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섬유유연제에 대한 조사결과는 놀라웠다.

총 12종 중 5종의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특히 섬유유연제 중 비싼 값에도 향이 좋다고 입소문이 난 다우니 제품의 미세플라스틱 발견은 충격을 더했다.

실제 피앤지의 다우니 보타니스 코튼, 레노아 해피니스, 다우니 레몬그라스 3개 제품, 피죤의 리치퍼품 로맨틱 플라워, 리치퍼퓸 시그니처 미스틱 2개 제품 등에서는 50㎛ 미만의 캡슐로 추정되는 공 모양 입자가 검출됐다.

반면 LG생활건강과 애경의 섬유유연제(5종)에서는 잔류물이 나오지 않았다. 비싼 값에 좋은 제품을 사용하고자 했던 소비자의 배신감이 더한 이유다.

미세플라스틱 검출 소식에 소비자들은 일단 걱정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우려의 목소리에 더해 본격적인 플라스틱 줄이기 행동도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김보윤(35세) 주부는 "다용도실에 쌓아놓은 다우니를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이미 있는 걸 버리기도 쓰기도 난감하다"고 당황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또 다른 소비자 이진주(33세)씨는 "다른 섬유유연제 제품에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았다하더라도 믿을 수가 없다"면서 "앞으로는 섬유유연제 사용보다는 구연산이나 식초로 이를 대체해야겠다"고 말했다.

실제 미세플라스틱의 폐해는 최근 입소문을 타고 번지고 있다.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플라스틱의 환경파괴가 알려지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미래세대를 위해 플라스틱 제품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 시작은 일상 생활용품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일상의 공포가 돼 버린 미세플라스틱 포비아를 소비자 스스로 미연에 막겠다는 취지다. 이들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정부도 미세플라스틱 규제방안을 부랴부랴 서두르고 있다.

환경부는 연내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섬유유연제, 세정제, 자동차용 코팅제 등 생활화학용품 규제방안을 만들고, 2021년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소비자가 정책을 이끌어낸 셈이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