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벌서 외모로 기준만 바뀐 블라인드 채용…부정평가 ‘속속’

대기업 인사 담당, “비슷한 자소서에 인적성 검사 의존도↑”…결국 외모로 뽑는 꼴 ‘지적’

2019-09-06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하반기 공개채용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영업직과 개발직 등 일부 직무에 한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던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한걸음 더 나아가 신입사원 채용 등에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이 기존 학벌위주 선발에서 외모위주 선발로 평가 기준만 바뀌었을 뿐 도입목적과는 동떨어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에 따르면 SK그룹 일부 계열사와 현대백화점은 일부 신입사원 채용에 한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일부 계열사와 애경산업은 모든 신입사원을 블라인드 채용 중이다.

아울러 빙그레, 롯데백화점, CJ ENM, 두산중공업, KT, 종근당, 한샘 등도 정부정책과 맞물려 일부 직무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채용의 공정성 이슈로 지난 2017년 6월, 공공부문 일자리에 블라인드채용이 의무화 됐다.

공공부문처럼 전면적인 도입은 아니지만 대기업들도 일부 직무 또는 일정 규모에 한해 지원자의 학교, 전공, 학점, 어학, 가족관계 등을 배제하고 직무와 경험, 역량만을 평가해 선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기업 채용담당자들은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단지 학벌위주의 선발에서 외모로 변화됐을 뿐이라며 회의적 시각을 보낸다.

블라인드 채용이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현실 적용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채용을 담당하는 빙그레 A 상무는 “신입직원들의 자기소개서와 면접 질문에 대한 답변 역시 사전 준비로 비슷한 경우가 많아 우열을 가리기 힘든게 현실”이라며 “ 결국 참고자료로 사용해야할 인적성 검사 결과의 의존도가 커지고 면접자의 겉모습 역시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기업을 중심으로 열풍처럼 번지는 블라인드 채용이 얼마나 참신한 효과를 낼지 의문”이라며 “현재 방식은 기존 학벌위주 채용에서 외모위주로 전환되는 효과뿐 실질적 도입의도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SK 그룹 인사 관계자 역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불필요한 스펙 대신 필요한 직무능력에 의해 선발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의도는 좋지만 심층 면접 등 현실 적용에는 힘든 점이 많다”며 “정부정책 상 기업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추세지만 변별력 평가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블라인드 채용 적용 기업 중 상당수는 소위 SKY(서울·연세·고려대) 출신 신입직원 비중은 다소 줄었다.

그러나 외모위주의 채용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인정했다.

한 대기업 간부직원은 “갑자기 컴퓨터에 이상이 있어 담당 신입직원이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하나 같이 출중한 외모였다”며 “브라인드 채용 확대와 더불어 신입직원들의 외모가 좋아지고 있지만 실력보다는 외모위주로 선발된다는 부작용을 생각하면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채용전문가는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면접인데 최근 기업의 공채 현장을 모니터링 해보면 면접시간이 지원자 1인당 5~10분에 불과하다”며 “면접관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은 1~2개로 심층 질문을 던질만한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첫인상이 좋거나 첫 질문에 말을 잘하는 지원자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오류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