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조양호 구하기 '사활' 대한항공, 4년전 삼성물산이 '해답'
일반주주 자택은 물론 직장까지 찾아가 주주 설득작업 …내부 직원 단속 총력전도 닮아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대한항공이 오너 구하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위해 일반주주들의 직장까지 찾아가 위임장 대리권유를 하는 등 주주총회 표 대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이는 5년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 구축을 위해 소액주주들을 찾아 나섰던 삼성직원들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11일 다수의 대한항공 일반주주들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리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위임장 대리권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주총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2018년 12월 31일 기준 대한항공의 2천주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한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 대리를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위임장 대리권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주총 결의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 확보를 내세우는 모양새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이 일반주주들의 자택은 물론 직장까지 찾아가 위임장 대리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오너 구하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또한 이런 움직임은 대한항공 직원들 중 주주인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위임장 작성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가는 소량의 의결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대한항공의 절박함이 만들어낸 진풍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대한항공의 주총 안건이 ▲2018년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1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모두 4건이 상정됐고 이 중 가장 민감한 안건으로 꼽히는 것이 이사 선임 중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주주확보에 나선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근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게다가 11.56%의 지분을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되는 국민연금까지 조양호 회장 이사 재선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던 만큼 소액주주의 표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총에서 의결권 방어를 위해 직원과 소액주주들의 위임장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조양호 회장의 재선임 만을 위한 행동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소액주주 찾아 나서기는 앞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서도 보여진 바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당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도 고위 임원은 이른바 '슈퍼개미', 차장급 이하 직원은 소액 주주를 만나며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소액주주 힘모으기에 나선바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식을 조금씩 모아 오던 헤지펀드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삼성 내부는 사실상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끌어들여 주주 설득에 나섰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동안 삼성물산 직원들은 더운 여름날 한 손에 수박을 들고, '애국심'에 호소하며 위임장을 받기 위해 방방곡곡의 소액주주들을 만나러 다녔다.
당시 합병 과정에서 기관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삼성이 썩 미덥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기업을 도와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감성에 호소가 통했다. 4년전 애국심에 대한 호소가 또 다시 대한항공으로 이어진 셈이다.
오너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발로 뛰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직원들 몫이라 씁쓸함은 지울수 없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