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윤석금의 에너지 사랑은 여기까지”
웅진코웨이 인수에 웅진에너지 포기 수순…매각도 쉽지 않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어려운 회사 상황에도 에너지 부분만은 지켜나갔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에너지 포기 수순에 들어갔다.
이는 웅진코웨이를 되찾는 데 성공했지만 막대한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웅진에너지를 되살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웅진에너지의 회생에 다양한 복선이 깔리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웅진에너지의 존속은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웅진에너지가 막대한 규모의 누적 결손금을 안고 있는 데다 유동부채도 크다”며 “웅진에너지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거나 사채권자의 채무조정을 받지 않는다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되기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웅진에너지는 2018년 말 누적 결손금이 3642억 원에 이른다. 순차입금은 1423억 원으로 단기성 차입금 비중은 이 가운데 93.2%다.
부채비율은 2017년 말 208%에서 2018년 말 474.6%로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에게 더 이상 도움의 손길을 내주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에 1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웅진에너지가 더 이상 중국기업과 경쟁해 태양광발전부품을 생산하는 데 가격적 우위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에 몰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웅진에너지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부정적)에서 B-로 내리고 하향검토 등급 감시대상에 올렸다. 한국신용평가도 웅진에너지의 무보증전환사채 신용등급을 B-(부정적)에서 CCC로 내리고 하향검토 등급 감시대상에 등록했다.
웅진에너지는 27일 감사보고서에 한영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동안 발행해왔던 전환사채를 대상으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이 때문에 웅진에너지 주식은 거래 정지상태가 됐다.
웅진에너지는 앞으로 1년 안에 감사보고서에서 '적정'을 받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해제될 수 있지만 태양광 발전업황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웅진그룹도 재무적 지원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생존 전망이 밝지 않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해 채권단과 여러 논의를 진행하면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이 웅진코웨이를 얻느라 웅진에너지를 포기했다는 시선까지 나온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는 데는 1조5000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이 들었는데 웅진그룹은 이 자금의 대부분을 빚으로 조달했다.
이자비용만 한해 수백억 원에 이르러 감당하기가 어려운 만큼 웅진에너지까지 지원하기는 더 이상 무리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현재는 웅진에너지를 매각도 쉽지 않아 보인다.
웅진그룹은 당초 웅진에너지와 웅진플레이도시 등을 매각해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느라 생긴 빚을 갚거나 이자비용에 보태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웅진에너지가 심각한 위기에 몰리면서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