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순혈주의 없애고 외국인임원 중용 현대차 미래가 기대된다

2019-04-19     박남철
사진=(우)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좌)호세 무뇨스 사장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외국인 임원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본격 그룹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독자기술 개발만 고집하는 '순혈주의'가 문제로 지적돼 온 만큼 외국인 임원 임명을 통해 이 같은 지적을 타파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하려는 정 수석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란 평가다.

현대차는 글로벌 사업 운영을 담당하는 글로벌 최고운영 책임자에 일본 닛산 출신의 호세 무뇨스를 영입했다.

신임 호세 무뇨스 사장은 내달 1일부터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장과 북미권역 본부장을 겸직하게 된다.

무뇨스 사장이 업계에서 글로벌 사업 운영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지만 순혈주의를 추구한 현대차가 외국인 임원을 중용한 것은 드문 일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호세 무뇨스는 인상적인 성과를 냈으며 현대차 사업 전반의 비전과 동기 부여에 기여할 검증된 리더"라며 "수십 년에 걸친 자동차와 기술에 대한 경험은 현대차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역할을 맡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현대차에 합류하게 돼 기쁘다”며 “수익성 기반의 지속 성장 견인과 전체 공급망 관리, 딜러들과 상생 솔루션 모색 등 내가 가진 역량을 발휘해 현대차가 자동차와 기술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연구개발본부장에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임명했다. 알버트 비어만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현대차의 글로벌 경쟁업체인 BMW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 출신으로 정 수석부회장이 2014년 말 현대차의 고성능차 브랜드 'N' 출범에 앞서 기술력 강화를 위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경쟁사로부터 영입한 인물을 그룹의 핵심인 완성차 계열사들의 연구개발 부문을 이끄는 핵심 요직에 앉힌 것이다.

현대차가 외국인 임원을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한 것은 50여 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외에 디자인 총괄에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상품본부장에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전략기술본부에 지영조 사장 등을 임명한 바 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외국인 임원 중용 기조가 뚜렷하다.

현대차그룹은 애초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내세우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는데 여기에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책임경영하는 계획도 담겼다.

현대차그룹의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이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현대모비스는 외국인 임원을 잇달아 영입하며 정 부회장의 인사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17년 미국 콘티넨탈 출신 그레고리 바라토프 상무와 독일 헬라 출신 미르코 고에츠 이사에 이어 2018년 5월에 독일 콘티넨탈 출신 칼스텐 바이스 상무까지 영입했다.

기아차 소속 외국인 임원으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담당 총괄사장과 피에르 르클레어 기아스타일링 담당 상무가 있다.

슈라이어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첫 외국인 임원으로 정 수석 부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2006년 기아차로 왔다.

이형근 전 기아차 부회장이 3월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기아차 전문경영인 가운데 가장 높은 직급은 사장으로 슈라이어 사장과 함께 박한우 사장 단 둘 뿐이다.

르클레어 상무는 BMW M 브랜드 총괄 디자이너 출신으로 2017년 9월에 중국 창청기차에서 기아차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 기술 선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인사"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대·기아차는 단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기업’으로 적극적인 전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혈주의를 없앤 현대차의 변화가 시작된 셈이다. 정의선 표 현대차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