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無첨가' 마케팅에 '無첨가'는 없다"

유통업계, 소비자 기만 마케팅 기승...자연친화 상품 꼼꼼히 따져봐야

2019-09-23     차혜린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유통 업계에서 無첨가 마케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생활용품 및 식품 안전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자 제조사들이 무첨가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나선 이유에서다.

특히 건강식품과 미용 제품 중에는 브랜드명 위에 아예 '무첨가'라는 타이틀을 내건 경우도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첨가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의 판단을 가린다며 이들 제품 구매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23일 화학 학술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는 "식품, 화장품 등 가공회사는 상품 광고에 '화학 물질 무첨가'라는 문구를 써서 소비자에게 마치 해당 상품이 건강하고 자연 친화적이라는 잘못된 암시를 준다"면서 "사실상 무첨가는 없다"고 전했다.

업계 조사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유통업계는 가공식품에서 주장하는 '무첨가' 제품들이 식품첨가물 없이는 지금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대체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실제로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은 제품은 없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무첨가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로 해석하는 게 정확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국내 무첨가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가 'MSG 무첨가'를 표방한 제품군이다.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가 조사한 <가공식품의 무첨가 표기실태와 소비자 인식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품 포장에 MSG 무첨가를 표기하거나 홈페이지 상으로 MSG 무첨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12개 제품 중 8개 제품에서 대체 화학성분인 HVP 검출지표인 레불린산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박명희 소비자와함께 대표는 "해당 연구는 식품업계에 관행으로 자리잡은 무첨가, 마이너스, Free 마케팅 등이 소비자들에게 식품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방해하며,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진행됐다"고 언급했다.

무첨가 제품에 들어간 유사 첨가물이 더 위험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유사 첨가물은 오히려 안전성 검증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면서 "소비자는 무첨가(No added)를 없다(Free)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데, 유사기능의 첨가물을 똑같이 쓰면서도 무첨가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무첨가 마케팅이 유통업계를 흔들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지나친 업계 경쟁이 무해한 원료를 '무첨가'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를 꼽으며 업계 전반에 피해를 준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2010년 커피믹스 카세인나트륨 파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커피믹스 전문업체인 모기업은 '첨가물 카세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넣은 커피'라는 점을 내세워 홍보를 진행했다. 그러자 이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지만 이러한 광고는 커피믹스 전체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전체 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실제 카제인은 우유에 함유된 전체 단백질의 80%를 차지하는 성분으로, 카제인나트륨은 우유에 산(酸) 처리를 해 얻어낸 정제된 우유 단백질을 말한다. 우유에 수산화나트륨과 같은 알칼리 처리를 하고 섭씨 80~90도로 열을 가하면 카제인 단백질만 녹아서 나오는데, 카제인나트륨은 여기에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나트륨을 결합시킨 것으로 성분은 카제인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제조과정 중 화학적 처리를 통해 제조되기 때문에 천연원료가 아닌 화학적 합성품으로 분류된다.

성분에 대해 최낙언 식품공학자는 "이미 카제인나트륨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가한 일종의 유화제(乳化劑)로 식품의 점착성, 유화안정성, 물성 등 여러 가지의 목적으로 사용되며 커피 크림을 비롯해 마요네즈, 케첩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무해한 첨가물질을 마치 유해한것 처럼 홍보한 기업때문에 전체 커피시장에 악영향을 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첨가 마케팅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수법임과 동시에 과도한 경쟁이 낳은 식품업계의 폐혜"라며 "친환경 바람에 무첨가가 좋은 효과를 낼 것 같지만 식품의 특성상 첨가물은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