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인생 3모작 준비"... 뜨거운 중·장년 취업박람회 현장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재취업하고 싶은 열망이야 가득하지. 머리는 백발이어도 나도 아직 한창이야. 젊은 친구들보다 경험도 많고..."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건물 로비에서 만난 강영석(63) 씨는 이같이 말했다. 검정 구두와 정장 차림을 한 그는 시간이 없다는 듯, 어딘가로 발길을 재촉했다.
강씨가 들어선 건물 호실 입구 정면엔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신중년 인생 3모작 박람회는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이 5년째 이어오고 있는 행사로, 채용 정보, 기업 소개 등 다양한 코너가 준비된다. 사전 등록한 인원만 2500명에 달했고, 현장 등록 인원까지 포함하면 3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장 내부로 들어서니, 수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한 코너가 눈에 띈다. 기업 별 신규 채용정보를 알리는 '채용공고 게시판' 앞이었다. 구체적인 연봉부터 상세 정보까지 기재된 게시판은 참석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게시판 앞에서 만난 이종훈(50) 씨는 "이전 직장에서 문서 작업과 지원 업무를 수행한 바 있어 관련 직무를 찾고 있다"며 "원하는 공고가 보이면 하나 하나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구직자 강모(67)씨도 "공인중개사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다른 일을 구하고 있다"며 "이전까지는 사무직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와보니 몰랐던 직업군이 많아 어느 채용공고를 지원할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박람회장 한 켠에는 이력서 작성대도 구비돼 있었다. 작성대 역시 이력서를 작성하려는 여러 구직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몇 몇 사람들은 멀찌감치 자리를 옮겨 이력서 초안을 수기로 작성하기도 했다.
PC를 잘 다루지 못하는 구직자들은 행사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문서를 인쇄하고 있었다. 구직신청서를 작성한 구직자들은 하나 둘씩 자신이 일하고자하는 기업에서 상담과 면접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다양한 정부 지원정책을 소개하기 위해 정부 유관기관들도 다수 참여했다. 고용노동부는 별도의 정책홍보관을 열고 구직자들에게 지원정보를 전달했다.
나영돈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60세 정년 후 10년을 일한다면 2만 시간 이상의 일할 시간이 주어져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시간이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시간 될 수 있도록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이정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새로운 시작, 활력 있는 인생이라는 박람회 구호처럼 자신에게 맞는 인생 3모작을 준비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중장년에게 도전의 마중물이 되었길 바란다"고 했다.
신중년을 대상으로 국비 지원 전문직업훈련을 실시하는 한국폴리텍 대학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귀농귀촌종합센터는 중장년들에게 귀농·귀촌의 성공 정보를 제공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