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온라인에 밀린 용산전자상가, 적막감 마저

오프라인 매장 명목상 유지...日 불매에 어려움 더해져

2019-09-07     안세준
7일 서울시 용산구 청파로에서 바라 본 용산전자상가 단지 모습.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여름 무더위가 한풀 꺽인 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대로변에 우뚝 선 용산전자상가의 위용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터미널상가와 노점상이 없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변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다.

어릴 적 시간이 날 때마다 밥 먹듯 방문한 용산전자상가, 내부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 국내 IT시장의 메카, 용산전자상가로 발길을 옮겼다.

텅빈 선인상가(?)...오프라인 매장은 '명목상 유지'

"뭐 찾으세요? 현금으로 하시면 10% 할인도 해드려요" 컴퓨터 매장이 집결한 선인상가를 방문하자, 누군가 흥미롭다는 듯 말을 걸어왔다. 건물 입구 근처에 자리를 잡은 전자부품 매장 상인이었다. 애써 웃어 넘기며 다른 곳을 향했다. 과거 놀이터처럼 드나 들었기에 한 두 차례 호객 행위는 익숙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걸음보를 늘릴수록 호객행위는 끊이지 않았다. 여기 저기서 자기 매장을 찾아달라는 러브콜을 보내왔다. 수 년간 용산전자상가를 애용해 온 기자조차 익숙치 않은 현상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상가 내부에선 방문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각 매장에 설치된 조명등이 눈부신 빛을 쏘고 있었지만 땅 위론 어떤 그림자도 생기지 않았다. 건물 바닥에 그려진 건 키가 큰 그림자 하나와 작은 그림자 하나, 두명의 취재진 뿐 이었다.

7일 용산전자상가 내부 모습. 토요일 피크타임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코팅된 대리석 위로 사람의 그림자는 비춰지지 않았다.

방문한 이가 많지 않아서일까. 또 한켠에선 각 매장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식사를 하다 뒤늦게 취재진을 본 상인 A씨는 "어서오세요.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라며 다급히 다가왔다.

과거 토요일 오후는 용산전자상가의 피크타임으로 불릴 정도로 사람이 분비던 시간대다. 상가의 침체된 분위기를 묻자 A씨는 "예전에야 사람이 없는 게 실감이 났지만 지금은 그게 계속되다보니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너무 비관적으로 보실 필요는 없다. 용산전자상가 매장 주 수익은 온라인으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있던 다른 전자매장 상인 B씨도 "지금 보시는 건(오프라인 매장) 명목상 유지하는 거라 보시면 된다"며 "온라인 시장이 강세다보니 용산정자상가 상인들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품목을 취급하는 전자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일까. 발길을 옮겨 전자랜드로 향했다.

日 불매운동 여파...방문 손님 없는 전자랜드

전자랜드는 이전 상가와 달리 부품보다 완제품을 취급하는 곳이 많았다. 때문에 앞서 살핀 곳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면서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카메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2층은 매장 직원이 손님보다 많았다. 약 두달간 이어진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였을까. 상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일본 카메라 브랜드를 취급하는 C씨에게 손님이 얼마나 줄었는지 묻자 "그건 왜 묻냐”며 신경질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안그래도 손님 없어 죽겠구만. (물건) 안 살거면 가던 길 가세요"라며 재차 화를 냈다.

또 다른 상인 D씨는 “아무래도 일본제품을 팔다 보니 영향이 없진 않다”며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이 없으니 소비자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곤 한다. 일본산 카메라가 아니면 독일 카메라를 사야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 소비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제품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일본 불매운동을 응원한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