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짓는 '아이러니'

GS칼텍스, 서울 7개 주유소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설치…미래 신사업 모델 적용 사례 '주목'

2019-04-29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전기차산업과 경쟁업종에 들어가는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설치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전기차 충전소 설치는 국내 굴지의 정유사인 GS칼텍스의 적극 지원 하에 이뤄진다.

얼핏 보면 제살 깎아 먹기로 보여지는 GS칼텍스의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왜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야 이윤이 나는 정유사가 전기차 충전시설 확충에 앞장서는지, 그리고 향후 사업 방향과 기존 주유소 운영 폴의 반발은 없는지도 덧붙였다.

GS칼텍스 홍보팀 조 부장은 먼저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 설치 개요부터 설명했다.

그는 “GS칼텍스는 서울 시내 주유소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사업을 진행한다”며 “서울 도심 주유소에 10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가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선 서울 송파구 스마트위례주유소와 서울 중구 초동주유소 등 7개 직영주유소에 전기차 급속 충전기 8대를 설치하고 내달 15일부터 약 2주간 시범운영에 들어간다”며 “본격적인 상업운영은 시범운영이 끝나는 28일부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 번 재촉했다.

왜 정유사가 경쟁업종과 다름없는 전기차 충전시설에 발 벗고 나서는지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조 부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의 일환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앞서 허창수 회장이 차별화된 경쟁력은 지속적이고 성장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가능하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와 조직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의 후속조치로 생각하면 된다”며 “GS칼텍스는 2016년 8월 전사적 차원에서 미래 혁신 방향을 검토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사업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위디아(we+dea)팀을 신설했고 전기차부분은 중요한 신성장동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조 부장은 “GS칼텍스는 지난해 기존사업 경쟁력은 강화하기 위해 올레핀 사업에 2조 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며 “또 신산업을 위해 위디아팀을 조직 전기차,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등 자동차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에 영향을 주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면 그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업 기회를 모색했고 전기차 설비구축은 일종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에 GS칼텍스 주유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모두 100kW급 급속 충전기로 30분만에 50kWh를 충전할 수 있다”며 “기존 50kW급 이하 충전기들에 비해 충전 속도가 2배 이상 빠르고 50kWh는 약 250km를 주행할 수 있는 용량으로 서울에서 대구 인근까지 갈 수 있는 거리”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향후 방향성과 기존주유소폴들의 반발에 대해서도 설명을 부탁했다.

조 부장은 “GS칼텍스는 서울 도심 주유소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함으로써 일부 주차장이나 공공기관의 급속 충전기를 찾던 전기차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반기 중 수도권 및 주요 광역시 주유소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직영점뿐만 아니라 폴 주유소의 반발에 대해 조부장은 “전기차 확충은 주유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기차 확산의 시대적 흐름까지 막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오히려 전기차 충전시설 추가설치로 기존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전기차 고객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점주들 역시 반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