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직장 주 4일제, ‘득’인가 ‘독’인가

무작정 시행 실패사례도…유연근무제 준비 우선시

2019-06-03     차혜린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대기업 최초로 주4일제를 시행하는 소위 ‘꿈의 직장’이 등장했다.

SK케미컬 최태원 사장이 행복 경영을 실천하자는 뜻에서 시행한 것. 구성원의 행복 가치를 최우선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번 기회로 대다수 기업에도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워라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 4일제 도입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평가다. 기업의 매출과 업무 효율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무리한 주 4일제를 도입하다 파산에 이른 기업도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노동자와 기업 모두의 현실에 맞는 유연근무제 대안을 강구해나가는 게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그래서 따져봤다. 이번 SK 주 4일제 도입과 이면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SK그룹 관계자는 “주 4일제는 계열사별 근무 여건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다만,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 공장 생산직이 주를 이루는 계열사는 현실적으로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 4일제가 이뤄진다고 해도 현실적으로는 전체 정규직 사원을 상대로 적용하기가 어려우며 만약 있다해도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제조·건설업 공장 등 현장 생산직은 야근과 휴일근무 등 추가근무로 인한 급여가 높은 편이라”고도 설명했다. 때문에 생산직에 주 4일제가 도입된다면, 임금 삭감 우려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금융계 주 4일제 도입에 대해서도 임금 삭감 우려가 있었다.

금융 노조는 지난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중앙교섭에서 주 40시간 근무와 점심시간 1시간 휴무에 대해 요구한 바 있다.

노조의 주 4일제 요구에 대해 은행 직원은 “근로시간 단축 관련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긍정적인 면을 보는 은행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급여가 줄어드는 부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측은 “주4일제 도입은 결과적으로 금융권 기업들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해 부담이 늘고, 노동자들은 줄어든 업무시간만큼 급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며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은행을 방문하는 경우도 있어 점심 휴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 4일제를 도입함으로써 업무 환경 변화는 어떤지도 물었다.

호주 금융회사 콜린스SBA는 2년전부터 직원 35명을 대상으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2시에 퇴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 25시간 근무다.

콜린스SBA 관계자는 “휴식을 성장 동력을 전제로하는 주 4일 근무제가 때로는 업무 효율화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매체를 통해 엘리엇 이사는 “콜린스SBA 직원들의 경우 제한된 시간 업무 성과의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며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직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지는 셈”이라며 “콜린스SBA의 경우 5시간 근무 도입 후 이미 여러 명이 자진 퇴사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주 4일제 시행이 아닌 다른 근로시간 단축 방안은 없는지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리한 주 4일제 추진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노동자와 기업 모두의 현실에 맞는 과도기적 방안을 찾아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2012년 설립된 휴대전화 케이스 및 디자인 전문회사인 에이스그룹은 지난 9월 파산헸다. 업계 관련자는 이전부터 불안정한 재무 상황과 주4일제라는 무리한 시도가 맞물린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에이스그룹 이종린 대표는 “단통법 시행 이후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등 사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시행착오를 겪은 후 적절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성공한 업체도 있다.

여행사 업체 ‘여행박사’ 황주영 대표는 “매출과 성장이 담보되는 한해서 최대한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행박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 8월부터 격주로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하다가 11월부터는 주4일제 운영을 다시 월 1회로 줄였다. 일부 직원들이 금요일에 오는 고객 요청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건의했기 때문이다.

황주영 대표는 “회사 규모가 작다 보니 시간 복지와 관련된 여러 실험을 할 수 있었다”며 “지난해 있었던 제도 변경도 직원들과 소통하며, 우리에게 최적화된 노동 환경을 결정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로는 충북 에너스티 화장품 기업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회사와 직원의 근무시간 합의를 이뤄 안정적인 기업 문화를 정착시켰다.

우성주 에네스티 화장품 대표는 “주 4일제 근무라기보다 주 40시간 근무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직원들이 알아서 추가 근무를 조금씩 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시간이 있으면 재택근무 등 계획을 세워서 제출하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주고 있다. 자기개발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것도 근무시간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 대표는 “시행 이후,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졌고 업무효율도 상승했다”며 “당연히 직원들의 대외활동이나 업무추진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