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롯데케미칼은 왜 ‘현대 아닌 GS’를 파트너로 택했나?

현대오일뱅크와 합작 진행한 롯데케미칼, GS에너지와 8000억 규모 신규 석화사업 '맞손'

2019-07-22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를 통해 8000억원 규모의 대형 석유화학사업 투자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유화업계와 정유업계가 석유화학사업에 대규모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진행한 셈이다.

다만 의문점은 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케미칼이란 합작을 이뤄낸 롯데케미칼이 왜(?) 비스페놀A(BPA) 및 C4 생산에 필요한 원료공급을 기존 합작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아닌 GS에너지로 변경했는지다.

앞서 지난 15일 롯데케미칼은 GS에너지와 서울 잠실 롯데 시그니엘에서 비스페놀A(BPA) 및 C4 유분을 생산하는 합작사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롯데케미칼은 기존 생산하던 유화제품의 원료시장까지 진출하게 돼 자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GS에너지 역시 자회사 GS칼텍스가 생산하는 유화제품 원료의 대규모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케미칼과 정유사의 콜라보를 이룬 조합이다.

실제 양사는 올 하반기 합작사를 설립하며 롯데케미칼이 51%, GS에너지가 4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 합작사는 오는 2023년까지 총 8000억원을 투자해 BPA 및 C4유분을 각각 연간 20만톤, 21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

공장은 롯데케미칼 여수4공장내 약 10㎡의 부지에 들어선다. 합작사를 통해 연간 매출액은 1조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여수공장에서 연간 생산능력 11만톤 규모의 PC 설비 증설을 진행 중이다.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롯데케미칼은 늘어난 PC 생산량에 맞춰 원료인 BPA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자체 가격 경쟁력을 한층 키울 수 있게 된다.

GS에너지 역시 자회사 GS칼텍스를 통해 합작사의 제품 생산원료인 프로필렌, 벤젠 등을 합작사에 공급함으로써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유화사업 비중을 확대 중인 GS칼텍스의 사업 전개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의문은 남아 있다.

롯데케미칼과 GS에너지의 이번 합작 계약을 두고 롯데가 왜 지난해부터 합작을 이어온 현대오일뱅크가 아닌 GS에너지를 새로운 파트너로 선택했냐는 의문이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 현대오일뱅크와 3조7000억원 규모의 정유 부산물 기반 유화공장(HPC) 합작 투자를 발표한 바 있다.

이들 합작사는 현대케미칼로 현대오일뱅크의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통해 유화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대케미칼은 현대오일뱅크가 원료를 조달하고 롯데케미칼이 생산을 진행하는 형태로 이번 GS에너지와의 합작과 다소 원료의 차이를 보이지만 유사한 생산 형태를 갖췄다.

특히 중간재 원료가 다소 상이할 수 있으나 C4유분 등은 현대오일뱅크가 이미 생산하고 있고 정유사 특성상 BPA 등의 생산 원료인 프로필렌, 벤젠, C4유분 등의 원료 공급은 언제든 현대 역시 충분히 공급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파트너사가 제외된 점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합작을 진행한 만큼 현대오일뱅크가 GS에너지보다 사업 진행에 있어서 이점이 있지만 롯데가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한 점에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이번 GS와의 합작은 지리적 요건이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갑을 관계가 새롭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수지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현대오일뱅크의 대산공장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GS칼텍스가 원료 공급에 최적지라는 분석이 작용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BPA 등의 생산을 위해 기존합작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아닌 GS에너지를 선택한 것은 여수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라며 “기존 합작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충청지역에 위치한 만큼 원료의 공급측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고 다양한 공급라인을 확보하다는 측면도 작용해 롯데가 GS에너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유사가 케미칼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상황에 현대 오일뱅크와 더이상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유업계관계자는 " 롯데케미칼이 현대와 새로운 사업을 이어가는것이 이치상 맞는 상황이지만 양사간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GS와의 새로운 파트너쉽 체결이 지역적 특성이 고려된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기존 파트너를 제외한 점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