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강조한 롯데, 日 제품 불매에 바짝 ‘긴장’
롯데, 유니클로・아사히 맥주 등 불매상품 지분 상당수…매출 급감과 이미지 개선에 고민 깊어진 신동빈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탈 일본기업 이미지 탈피에 공을 들였던 롯데그룹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실리도 명분도 다 잃게 될 상황이다.
롯데는 그동안 외부적으로 한국기업이라는 이미지 메이킹을 진행하면서도 일본기업과의 합작회사로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을 이어 왔다.
그러나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여파에 따른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대되며 매출과 이미지 추락에 비상이 걸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 경제보복이 본격화하면서 빚어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롯데그룹 타격이 불가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서다.
특히 일본 불매기업 상위권 리스트에 오른 SPA브랜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은 롯데와 일본의 합작사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롯데쇼핑이 각각 지분 51대49로 투자해 세웠다.
2004년 12월 설립된 에프알엘코리아는 2007년 8월까지 세 차례의 액면증자로 자본금을 240억원으로 늘렸다.
이 중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122.4억원(지분 51%), 롯데쇼핑이 117.6억원(지분 49%)을 투자했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국내시장에서 대표 SPA브랜드로 자리 매김하며 롯데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성장했다.
실제 이 회사는 최근 8년간 누적 배당금만도 3349억원에 이른다. 이는 총 투자 자본 240억원(자본금)의 1395.4%(13.9배)에 이르는 액수다.
2017년의 경우 당기순이익 1341억원에 배당금은 847억원으로 배당성향이 63.2%에 이르렀다. 2017년에만도 투자자본의 3.5배를 회수해 간 셈이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무인양품 역시 롯데상사가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아사히맥주는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와 롯데아사히주류가 각각 지분 절반씩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매년 롯데에 수천억원의 현금뭉치를 건네 줬던 회사들에 한・일간 무역규제 여파로 불똥이 튄 셈이다.
문제는 불매운동의 파장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니클로의 경영진은 한국의 불매운동이 한시적일 것이란 입장을 내놔 국내 소비자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무역 규제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역시 장기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이는 롯데에 치명적인 압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무역규제가 일본 참의원 선거용이란 전망과 달리 한・일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롯데의 매출은 물론 기업 이미지 등에도 악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매출 급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일본 맥주 매출이 급감해 수입맥주 매출 2위를 기록했던 아사히가 4위로 떨어지는 등 매출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유니클로나 무인양품의 경우도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매출하락이 현실화 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그룹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 빠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상황이 긴박해지자 지난 16일부터 5일간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는 매년 사장단 회의를 상·하반기 한 차례씩 개최했지만 5일 동안 사장단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신 회장은 회의 첫날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사장단 역시 언론의 노출을 최대한 피하고 있어 극도로 조심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그룹의 ‘아킬레스건’인 일본기업 이미지를 떼어내는 것에 방점을 맞췄던 신 회장이 이번 불매운동으로 또 다시 롯데가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극도로 염려하는 모양새”라며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롯데는 그 동안 공들인 이미지와 합작사를 통한 실리를 둘 다 잃을 수 있는 형국”이라고 밝혔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