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손사래 치던 기업들 슬그머니 반전 모색

SK・한화・GS・인수전 참여 가능성 여전…애경그룹, 적극적 의지에도 우선협상대상자 가능성 낮아

2019-07-23     이승현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대형항공사(FSC)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며 인수전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그동안 항공사 인수에 관심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던 대기업들이 인수전 참여를 추진하는 정황이 드러나며 의외의 복병이 될 전망이다.

2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매각주관사인 CS증권을 통해 오는 25일쯤 매각 입찰 공고를 내고 매각작업을 본격화한다.

이후 투자의향서 접수(예비입찰),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의 절차가 예정돼 있다.

예비입찰 결과에 따라 9월 초·중순께 이른바 쇼트리스트(압축 후보군)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쇼트리스트 기업들의 매수 실사를 거쳐 10~11월 본입찰을 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12월 SPA를 맺고 경영권을 넘길 방침이다.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6% 매각(구주 매각)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진행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에어서울·에어부산·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자회사도 일단 일괄 매각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문제는 인수전 참여 의지를 밝힌 기업이 현재까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애경그룹을 제외하고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됐던 SK, 한화, 호반 등의 기업들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인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인수를 코앞에 두고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다.

최근 SK그룹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SK그룹은 카타르투자청과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서울에서 카타르투자청 관계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최근 알려진 것.

카타르투자청을 소유한 카타르 정부는 지난해 운송량 기준 세계 4위 항공사인 카타르항공 지분 50%를 갖고 있으며 카타르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업무 제휴를 맺고 있다.

SK그룹이 카타르투자청과 인수방안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최태원 회장이 카타르항공을 보유한 카타르 정부(카타르투자청) 측과 회동을 가졌다는 점에서 재계와 항공업계는 SK그룹의 인수전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또 SK는 지난해 4월 SK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글로벌사업개발담당 직책을 신설하고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부사장으로 스카우트 했다.

때문에 최 부사장을 중심으로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중책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연료를 연간 2조원 가량 쓰고 있어 정유사인 SK에너지를 보유한 SK그룹이 인수했을 경우 상당한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SK가 최규남 부사장을 영입하고 인수전에 앞서 물밑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 역시 기업차원에서 여전히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아시아나의 새 주인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항공기엔진·부품사업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계열사로 둬 아시아나항공과 항공정비분야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매각 시점을 목전에 두고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도 있다. 바로 GS그룹이다.

기업인수·합병(M&A)시장에서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던 GS그룹도 최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실제 GS칼텍스를 계열사로 보유한 GS그룹은 SK그룹처럼 항공유 부문의 시너지가 상당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꼽혔다.

다만 그룹자체가 기업인수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여타 기업보다 인수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쳐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유사를 갖고 있는 그룹들이 시장에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항공유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여기에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 항공사들을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케팅을 펼쳐 항공유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으니, 이들 그룹에게는 아시아나항공이 상당히 매력적인 매물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GS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에 대해) 얘기할 내용이 전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LCC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이미 공개적으로 참전 의지를 밝혔지만 일괄 매각에 따른 실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인수금액으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입에 5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한 1조원 가량의 유상증자,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웬만한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아니면 넘볼 수 없는 규모다.

더욱이 운용리스까지 포함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원을 넘고, 변제기한이 1년 이내에 도래하는 단기차입금도 지난 3월말 기준 3조1054억원이나 된다는 점에서 애경그룹이 감당하기에는 벅찰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은 삼성증권과 접촉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사업 타당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며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가 점쳐졌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는 제주항공의 실적이 최근 나빠지고 있는데다 재무적으로도 취약해 애경그룹이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