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CJ헬로 인수 LGU+, 1800 '비정규직' 품을까?

업계 "CJ헬로 인수 시 비정규직 1800여 명 사지로 내몰릴 것"우려

2019-07-23     안세준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합병에 기지개를 켰지만, 비정규직 '고용승계'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1800여 명에 달하는 CJ헬로 비정규직 인력을 감당할 여력이 없을뿐더러, 고용승계 순위도 사실상 뒷전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합병이 이루어지면 CJ헬로 비정규직 인력 전체가 사지로 내몰릴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합병에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개최한 2분기 성과 공유회에서 CJ헬로 정직원의 '고용승계'를 약속하면서도 비정규직에 대해선 함구하며 문제가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 현황과 전망을 짚어볼 때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의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게 된다면 비정규직 1800여 명은 사지로 내몰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LG유플러스, CJ헬로 비정규직 '고용승계' 순위는 '2번'

지난 12월, LG유플러스와 희망연대노조는 비정규직 1300명을 자회사로 직접고용하는 합의 조인식을 가졌다. 이 합의안에 따라 LG유플러스는 2020년 1월 비정규직 직원 814명에 이어 2021년 1월엔 486명을 직접고용해야 한다. 해당 합의안은 LG유플러스 협력사 전체 비정규직 인원이 2600명에 달했던 만큼 '절반 챙기기'라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 1800여 명을 직접고용하게 되면 희망연대노조 측의 강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1300여 명의 비정규직이 앞서 대기 중인 만큼 이들의 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될 경우 LG유플러스 측이 감당해야 할 비정규직 인력은 3100여 명(CJ헬로 1800여명·LG유플러스 협력사 1300여명)으로 급증, 채용을 기피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관계자 A(40)씨는 "LG유플러스가 CJ측의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계획한다면 절차상 협력사 비정규직들을 우선적으로 정규직화 시켜야 한다"며 "이럴 경우 인원은 3000여 명 가량으로 급증하는데 이에 대한 인력비 지출은 최대한 피하고 싶을 것"이라 전했다.

희망연대노조-CJ헬로 비정규직, 케이블TV 설치·수리기사로 '공통'..."불필요 인력으로 여길 것"

양 측 비정규직의 업무가 케이블TV 설치·수리기사로 일관된다는 점도 문제다.

LG유플러스가 이미 1300여 명의 관련 인력을 확보한 만큼, CJ헬로비전 비정규직 인력에 별다른 메리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

LG유플러스 수리가사 A씨는 "관련 인력을 직접채용으로 대거 충원한 상태에서 CJ헬로의 동일한 직종 종사자를 재차 채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며 "1300여 명의 정규직 인력과 협력업체의 인력 만으로도 실제 영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같은 직종에종사하는 입장에서 아쉽지만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CJ헬로의 비정규직에 대해 LG측은 불필요한 인력으로 간주할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였다.

실탄 확보에 급급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챙길 자금적 여력 충분치 않아

뿐만 아니다.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 유치를 위한 실탄 확보가 시급한 시점이다. 이통사 간 5G 투자 및 마케팅이 격화되고 있고 이에 쓰이는 지출이 만만치 않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비정규직까지 챙기기에는 자금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LG유플러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904억5100만 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23.1%(1171억3100만 원) 줄었다. '갤럭시노트10’가 출시되는 내달 이통3사의 공시지원금 경쟁이 다시 과열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해당 마케팅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5G 시장 선점을 위한 이통사 간 출혈경쟁이 막을 오른 시점에서 인력비 지출 과대 증가는 LG유플러스에게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LG유플러스는 떠오르는 5G 시장 선점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출혈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때문에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게 되면 비정규직 1800여 명은 사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두 회사의 인수합병이 어떠한 고용 파장을 불러일으킬 지 아직 미지수다.

LG유플러스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CJ헬로 인수에 1800여명의 비정규직은 LG유플러스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은 분명하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