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통혁신 'B2B 스타트업' 대형마트 아성 흔든다

2019-08-02     홍미경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새벽배송, 샛별배송. 심지어 심야배송까지 배송전쟁이라고 불릴만큼 유통가 배송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온라인, 모바일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업체까지 ‘즉시배송’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유통업계 화두가 ‘가격’에서 ‘배송 서비스’로 바뀌는 와중이다.

이런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요식업 매장에 각종 식자재를 배송하는 스타트업이 인기다. 식자재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도매상이나 유통 회사에 따로 주문을 넣었던 방식이 아니라 한 플랫폼에서 여러 식자재를 동시에 발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새로운 유통 스타트업의 두각

유통 업계에 스타트업의 새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성장 정체기에 들어간 유통업계를 흔들 새바람일지 아니면 반짝 이벤트에 그칠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유통 업계가 불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시장의 규모와 영업 이익은 커졌지만, 그만큼 업체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제품 가격 할인, 무료 배송 서비스 등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유통사가 많아졌다. 결국 온라인 시장은 ‘제 살 깎기’식 운영으로 오프라인 시장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침체한 유통 업계에 스타트업이 들어오려면 단순한 열정과 패기만으로는 자리를 지켜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획기적인 시스템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불황기를 지나는 유통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라면서 "그런데 여러 스타트업 유통 회사가 틈새를 공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온라인 디지털 시스템을 기본으로 사용자 편리성을 높이고, 유통 업계의 트렌드까지 바꿔 놓았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몇몇 스타트업 유통 회사는 물류 창고를 확대하고 배송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했는데, 성공적으로 이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IT기술 접목으로 편해진 수주 관리

유통 업계에도 체계적인 시스템을 앞세운 스타트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그동안의 불편한 발주 시스템을 개선해 PC 웹이나 모바일 앱으로 간편하게 식자재를 발주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2B 식자재 유통 스타트업으로는 ‘마켓봄’, ‘푸드팡’ 등이 있습니다. ‘마켓봄’은 생산자와 요식업 운영자들이 식자재를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

식당이나 급식 업체 등에서 ‘마켓봄’ 플랫폼을 이용해 식자재를 주문하면 제품을 직배송 또는 택배로 받게 된다. 여러 식자재 유통사에 일일이 연락해 발주할 필요 없이 한 플랫폼에서 한 번에 발주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식당뿐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수주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사용자가 온라인상으로 쉽게 유통관리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 프로그램으로 주문과 매입을 관리하고, 단가와 거래처, 재고 등을 관리할 수 있다.

‘푸드팡’은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유통 스타트업으로 농산물 식자재 발주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농산물 거래 중매인이 새벽 시장에서 사들인 식자재를 다른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배송하는 유통 구조를 갖췄는데 밀가루나 식용유 같은 공산품도 한꺼번에 발주할 수 있다.

‘푸드팡’을 이용하면 유통 과정이 단순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 ‘푸드팡’에 가입한 식당 운영자도 필요한 식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거래처 이곳저곳에 연락해 따로 주문할 필요 없이 ‘푸드팡’ 앱에서 한꺼번에 다양한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다. 또한 앱에서 매일 변하는 식자재 시세를 알 수 있고, 매입과 매출을 손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 콜드 체인 물류 전문 플랫폼의 등장

새벽 배송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켓컬리’부터 소셜 커머스를 통해 판매하는 소규모의 신선 식품 판매처까지 다양한 유통 업체가 온라인으로 소비자에게 신선 식품을 판매한다. 1인 가구와 핵가족의 증가, 그리고 대량으로 식품을 구매하기보다 소분화된 식품을 사 신선할 때 먹기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트렌드와 함께 신선 식품 배송 시장이 급성장했다.

각종 신선 식품을 판매하는 ‘마켓컬리’, ‘오아시스’를 비롯해 축산물을 판매하는 ‘육그램’, 해산물을 판매하는 ‘얌테이블’ 등 신선 식품 유통 스타트업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물류 센터와 운송 시스템을 모두 갖춘 스타트업은 사실 많지 않다. 짧은 시간에 배송망을 구축하는 게 쉽지 않고, 냉장 차량을 운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대신 새벽 배송을 대행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콜드 체인 물류 전문 플랫폼 ‘팀프레시’는 냉장 차량 화물 주선, 냉장 센터 운영 등 콜드 체인 관련 물류 업무를 대행합니다. 새벽 배송도 진행하는데요.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40여 개 브랜드의 새벽 배송 물량을 맡았다고 한다.

관련 산업으로 콜드 체인 패키징 전문 스타트업이 생겨났고, 지난 7월 10일에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울 콜드 체인 포럼’도 열렸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유통 업계가 불황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벗어날 틈은 있기 마련"이라면서 "그 틈새를 누가 먼저 찾느냐가 시장을 선도하고 주도하는 길인데 소비 트렌드를 예리하게 읽거나, 아니면 반대로 트렌드를 만들어 갈 능력을 갖춘다면 개발이 가능한 틈새를 발견하는 데 더욱더 쉬울 것"이라고 당부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