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석 노래방 모임은 ‘옛말’... 대기줄까지 선 PC방과는 대조적
젊은 층 명절 모임 풍경 변화 뚜렷...고객 맞춤 서비스 방식 변화가 희비 갈라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야, 여기도 자리 없어. 다른 데 갈래?"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피에스타 PC방은 방문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PC 이용시간을 자동 결제해 주는 키오스크(무인계산기) 앞에는 대기줄까지 형성될 정도였다.
20여 분간의 대기 끝에 앉은 좌석. PC에 접속하니 가장 먼저 '상품 구매' 탭이 뜬다. 각종 커피류부터 음료, 요리, 디저트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구비돼 있었다. 상품을 고르고 구매 버튼을 누르면 선불 및 요금 합산 등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주문사항이 카운터로 자동 전달된다. 간편과 편리를 추구하는 최근 트렌드에 걸맞게 PC방이 진화를 일궈낸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PC방 전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PC방 점주 최모(44) 씨는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PC 기능 외 다양한 상품군을 론칭하니 매출이 이전 대비 55% 가량 급증했다"며 "최근엔 마라탕 등 인기가 많은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인근 전문 식당과 협의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인근 노래방에선 방문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방문 시각이 노래방이 가장 활기를 띄는 오후 9시 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분위기다.
노래방은 10년 전의 서비스 방식과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었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카운터에서 계산을 진행해야 하는데, 점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기라도 하면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노래를 부르다 목이 타기라도 하면 재차 카운터에 방문해야 한다. 카운터에서 위와 같은 방식을 재차 진행해야 하는데, 물 1병 등 상품 구매액이 적을 경우 카드 결제도 되지 않았다. 맥주 등 금액이 높은 상품을 구매한다 하더라도 노래방 호실까지 상품을 운송하는 건 소비자 몫이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노래방 대신 놀이와 식사가 가능한 PC방으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젊은층 사이에선 '2차로 노래방' 대신 '2차로 PC방'이라는 노래방업계의 뒤쳐진 서비스를 꼬집는 용어까지 생길 정도다.
대학생 최현석(26) 씨는 "노래방은 이용 금액도 비싸고 식사 해결도 어려운데 이는 시대에 뒤쳐진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가끔은 가고 싶다가도 발길이 망설여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방탈출카페, '스크린야구', '코인노래방' 등 노래방을 대체하는 문화가 많아진 것도 노래방업계 부진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경쟁업체가 늘어날수록 소비자 이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데, PC방과는 달리 노래방은 이전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KB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노래방 수는 2011년 3만5000여 곳을 정점으로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세"라며 "이는 노래방이 최근 트렌드에 적합하지 않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