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도 '박항서 효과?'... 베트남 진출 관건은

2018-12-26     안세준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제약업계가 베트남에 불고 있는 박항서 열풍을 타고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치열해진 국내 시장을 벗어나 현지에 법인·지사를 설립하거나 기관·업체와 합작 또는 공장을 세우는 등 각개 적합한 전략으로 현지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약사가 베트남에 수출한 의약품은 1억 7679만 5000달러 규모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1983억 원어치다. 이는 일본, 미국, 중국, 독일, 헝가리, 아일랜드 뒤를 이어 7위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가장 크다. 베트남은 경제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돼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새로운 개척지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BMI에 따르면, 베트남 제약시장 규모는 2016년 약 47억 달러(베트남 전체 GDP의 약 2.5%)에서 2017년에는 52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앞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11%씩 빠르게 성장해 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5년간 베트남에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판매액은 모두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인근 국가와 비교해 1인당 의약품 지출 규모가 절반 이하에 그치고 있어 향후 성장할 여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재 베트남에는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등 8개 국내 제약사가 사무소 또는 법인을 세웠으며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신풍제약이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일제약은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지 점안제(안약)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서의 종근당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지난 2012년 베트남에 대표사무소를 설립해 2014년 약 4억 원의 매출을 거뒀고 3년 만인 2017년 베트남 매출은 7배 넘게 증가한 30억 원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면역억제제, 항생제, 항암제 입찰시장에 진입했고 항생제 및 심혈관계 치료제 민간시장에도 진입할 예정이다. 또 베트남 사무소를 통해 미얀마시장 신규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베트남 국민영웅이 된 박항서 축구대표팀 감독과 지난 5월 광고모델 계약을 맺고 박 감독 이미지가 들어있는 박카스를 선보였다. 출시 후 8월까지 280만 캔 판매고를 올리는 등 박항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웅제약은 현지 최대 제약사 중 하나로 꼽히는 트라파코의 지분을 25% 인수해 이 회사의 2대 주주가 됐다. 지난해 11월 회사 측은 트라파코社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고, 올해 5월 제휴(MOU)를 체결해 제품생산, 의약품 유통,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하게 됐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자사 제품을 트라파코 내 신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해 기술이전을 준비중이며, 트라파코는 대웅 제품의 영업, 마케팅 조직을 신설해 판매?유통에 나설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2019년 베트남 법인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의약품허가 절차와 시장 분석을 위해 현지 담당관을 파견했던 유한양행은 온난 다습한 기후로 해충제 수요가 높은 베트남의 특성에 맞춰 해충제인 ‘해피홈’ 먼저 품목 허가를 받을 계획이다. 이후 일반의약품까지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외에 CJ헬스케어는 12월 베트남 제약 유통 업체인 ‘비메디멕스(Vimedimex Medi Pharma)’와 신약 ‘케이캡정’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케이캡정의 베트남 출시 시기는 2021년으로 예상되며, CJ헬스케어는 출시 후 10년에 걸쳐 비메디멕스사에 완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CJ헬스케어는 의약품 유통과 인허가 전문기업인 ‘Lynh Farma(린 파마)’와 항생제 ‘씨네졸리드주2mg/mL(성분명 리네졸리드)’ 제품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내에서의 박항서 축구감독 열풍은 예상보다 거세다"라며 "그로 인해 한국 기업에게 우호적인 데다 베트남이 제약산업 육성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원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에 더욱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트남은 정부 규제 기준이 강해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지난 2월 베트남 식약당국은 의약품 입찰기준 변경안을 공개하면서 EU(유럽)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cGMP(미국), JGMP(일본)만 1~2등급으로 인정한다고 밝혀 국내 제약기업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기존 1등급에 해당하던 ICH(국제조화기구) 가입국, 2등급으로 인정하던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국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고 유럽, 미국, 일본의 GMP를 받지 않은 한국 의약품은 등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약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부와 제약업계는 베트남 정부와 여러 차례 접촉하며 등급 유지를 위해 힘썼다"라며 "지난 3월 한국과 베트남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베트남 정부에 우리나라 의약품의 공공입찰 등급 유지를 요청했다. 이후 베트남 정부가 '공공의료시설의 의약품 공급 입찰' 개정안을 공고해 한국 의약품은 다행히 공공의료시설 공급 입찰 2등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양국 제약 산업의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미래협력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