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태광이 세화학원에 300억을 기부한 속내?

이 전 회장 황제보석 논란 이미지 전환용…공익법인 통한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용 지적도

2019-01-07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태광산업이 세화여중·고와 세화고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에 300억원을 기부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이번 기부는 이호진·이기화 전 회장의 각 154억·90억 기부에 이어 중·고교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에 기부한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이다.

태광산업의 기부를 놓고 다양한 분석들이 나온다.

태광산업은 일주·세화학원의 매년 10억 이상의 적자를 메우는 종잣돈이며 이임용 선대 회장의 유업을 달성하기 위한 순수한 의미의 기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물의를 일으킨 이호진 회장의 이미지세탁과 계열사 주식을 보유 중인 공익법인에 대한 우회 지원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아니냐는 시각도 상존한다.

그래서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태광산업의 300억원 기부금의 숨은 속내를.

7일 태광산업은 이기화,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해 말 각각 90억원, 154억원을 기부에 이어 300억원을 추가 기부했다고 밝혔다.

세화여중·고와 세화고는 연이은 기부로 540억원대의 안정적 재정기반을 확보했다.

300억 기부에 대해 김여일 태광산업 홍보상무는“이번 기부는 매년 10억 이상의 적자를 보는 학교법인에 대한 기부금”이라고 설명한다.

김 상무는 “세화학교는 이자율과 임대료 수익으로 그동안 간간히 버텼지만 건물이 낡고 이자율이 떨어지며 매년 10억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며 “이번 기부금은 학교법인의 재정 안정성 확보가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상무는 “300억 가량이면 연 7~8억원의 이자수익이 발생하게 되고 기존 임대료를 더하면 적자폭을 메울 수 있다”며 “300억 재원은 지난해 태광산업의 석화사업 호조로 영업이익이 증가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순수한 교육사업 안정을 위해 과감한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태광산업은 지난해 석화산업의 호조세에 힘입어 전년 대비 400%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300억 기부가 일주·세화학원의 지원을 강조한 이임용 선대회장의 유업을 잇는 이호진 전 회장의 의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학교설립자인 이임용 선대 회장(초대 이사장)이 일주·세화학원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호진 전 회장에게 학원에 대한 지원을 유업으로 남겼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이 선대 회장은 수백억원의 사재를 털어 세화학원을 중·고교 명문사학으로 키우며 교육환경 개선과 장학지원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물로 꼽힌다.

때문에 이번 태광산업의 300억 기부는 이호진 전 회장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그룹차원의 지원을 진두지휘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호진 전 회장이 선대 회장의 유업을 이어 세화학원에 대한 기부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 된다”며 “이는 그룹 차원의 기부이고 금액 역시 큰 만큼 여전히 대주주인 이 전 회장의 적극적인 관여가 없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태광산업의 이번 기부가 결코 순수한 의미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이들은 이호진 전 회장의 최근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진 만큼 교육기관에 대한 기부로 태광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태광의 설명처럼 지난해 태광산업의 순이익은 교육기관에 300억원을 기부할 만큼 넉넉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부가 이호진 전 회장의 황제보석 논란과 재수감 소식이 전해지며 나온 만큼 태광에 쏠린 부정시선을 풀어볼 요량 아니겠냐”고 폄하했다.

이어 그는 “기업이 교육기관에 300억원을 기부한 것은 좋은 의미지만 기부금의 쓰임새는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며 “교육 기관에 목적에 맞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들이 철저히 감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세화학원이 태광그룹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의 눈을 피한 공익법인에 대한 우회지원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특히 세화학원이 그동안 회장 일가의 태광그룹에 대한 지배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만큼 거액의 기부금이 총수일가의 지배권 강화 목적인지 가려야 한다는 것.

실제 자산 5조~10조 미만의 대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50개이며, 이 중 22개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태광도 이들 기업군 중 하나다.

이들 공익법인은 대부분 그룹 지배구조에 중요한 핵심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고 문제는 최근 논의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 공익법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별개로 현행 규정상으로도 자산 10조원 미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성실공익법인에 지정되면 특정회사 지분을 최대 10%까지 증여세 없이 기부받을 수 있다. 이는 지분 승계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대기업 총수일가에게 중요한 포인트다.

따라서 이들 그룹의 공익법인이 성실공익법인 요건을 갖추면 10%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지분을 물려줄 수 있어 총수일가의 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옵션'이 될 수 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자산 5조~10조원 미만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은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비해 규제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승계과정에서 공익법인 활용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태광산업은 이번 기부를 포함해 428억원을 흥국생명 50억원, 티브로드 23억원, 대한화섬 4억원, 기타 계열사 3억원 등 큰 돈을 기부된 만큼 공익법인을 활용한 승계 작업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재단법인 세화예술문화재단과 일주세화학원 허승조 이사장 역시 이호진 회장과는 사돈지간”이라며 “태광의 교육사업을 위한 기부는 의심하지 않지만 혹시 모를 불씨를 막기 위해서는 공익재단과 계열사간 지분 정리가 우선되야 하고 철저한 내부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