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라면’선언한 농심, 판매부진에 슬그머니 원위치?
오뚜기 부상 겨냥 저가 ‘해피라면’ 30여년 만에 부활 선언…점유율 회복위해 자존심 버려
[핀포인트뉴스=이승현 기자] 농심이 신라면 블랙 등 ‘프리미엄 라면’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잇달아 출시했지만 시장 점유율 하락에 슬그머니 저가 라면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농심은 해피라면 출시가 옛날 패키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뉴트로 컨셉트임을 강조하지만 업계는 저가라면 시장을 이끌어온 오뚜기의 성장세와 연이은 PB브랜드의 가격 파괴 상품 출시 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또한 곤두박질치는 시장 점유율 등을 고려해 농심이 더이상 ‘프리미엄 라면’만을 고집하지 않고 시장 점유율 높이기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농심은 이달 말 저가 라면인 ‘해피라면’을 재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저가라면인 진라면을 앞세운 오뚜기의 성장세와 이마트 24 등이 속속 저가라면을 출시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해피라면은 1982년 출시했다가 90년대 초 단종된 제품으로 신라면 등장 전 농심의 주력 라면이었다.
해피라면의 타깃은 오뚜기 진라면과 대형유통업계가 출시하고 있는 PB상품에 자리를 내준 저가라면 시장이다.
현재 해피라면 소비자가격은 봉지당 700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8년 이후 10년째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않은 오뚜기 진라면(750원)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농심의 해피라면 출시가 오뚜기의 부상, 저가 PB라면 출시와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
오뚜기 진라면은 지난해 상반기 점유율 13.9%를 기록하며 1위인 농심 신라면(16.9%)과의 격차를 3%포인트로 추격하며 농심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마트 24 등은 300원 대 라면을 출시하며 저가라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통가의 저가라면 시장 확대에 농심도 프리미엄이 아닌 저가라면 출시를 기정사실화 했다.
농심 관계자는 “2월 말 출시하는 해피라면은 옛날 패키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뉴트로(New+Retro, 새로움을 더한 복고) 콘셉트”라며 “저가라면 콘셉트로 납품가를 저렴하게 맞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농심의 저가라면 출시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농심은 20여년 가까이 프리미엄 라면 생산을 공표했다.
특히 2011년 농심은 ‘신라면블랙’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비싼 가격으로 내놓으며 프리미엄 라면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당시는 라면 선두 업체로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농심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2000년대 중반까지 70%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농심의 시장 점유율은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4년 58.9%에서 지난해 51%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이 기간 18.3%에서 25.9%까지 높아졌다. 오뚜기의 약진에는 진라면이 있다.
라면 가격을 2008년 이후 11년째 동결해온 오뚜기는 소비자들로부터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신라면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판매 수량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0.5%포인트 차이로 따라잡았다. 지난해 컵라면 시장에선 진라면이 신라면을 앞질렀다.
농심과 오뚜기의 상반되는 ‘가격 전략’도 농심의 저가라면 출시를 주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오뚜기는 주력인 진라면의 저가 전략을 고수하면서 다른 신제품들은 프리미엄·고가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출시한 오뚜기 ‘쇠고기미역국라면’은 대형마트에서 개당 1300원(4개 한 묶음·5300원)에 판매된다.
진라면(563원)의 2배를 훨씬 웃돌고 신라면(676원)의 약 2배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다른 제품 가격은 올리고, 프리미엄 라면도 꾸준히 출시하며 수익을 보전하는 대신 대표 라면인 진라면 가격은 낮춰 전략적으로 신라면을 따라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심 역시 오뚜기의 추격에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는 축소하거나 줄이고 저가라면을 중심으로 점유율은 꾸준히 높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농심은 설 연휴를 전후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사들과 해피라면 가격 협상을 벌여왔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출시 초반 대대적인 판촉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이승현 기자 shlee430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