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s 핀포인트] 공감 못받은 오비맥주의 '물 없는 6시간 캠페인'

2019-04-01     박남철

[핀포인트뉴스=박남철 기자] 최근 오비맥주가 '물 없는 6시간 캠페인'을 펼쳤다. 이는 UN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직원들이 직접 나선 캠페인인데 묘하게 얼마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펼친 릴레이 단식과 겹쳐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있다.

앞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월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을 위해 단식에 돌입했다.

문제는 5시간30분씩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단식 기간’이 워낙 짧다보니 식사시간 맞추기 단식이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

그런데 오비맥주가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단식을 연상케 하는 캠페인을 펼치며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이 캠페인을 살펴보면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오비맥주 임직원 250여 명은 지난 20일 오후 1시부터 6시간 동안 물과 커피, 차, 음료 등 마실 것의 음용을 중단하고 화장실, 탕비실 등에서도 물 사용을 제한해 물 없는 삶의 불편함을 직접 체험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캠페인 참여를 통해 그동안 당연하게 써왔던 물의 소중함에 대해 느끼고 지구촌 물 부족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전했다.

이어 "물 부족 국가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전,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6시간 동안 물 긷는 과정을 체험하는 ‘워터트래킹’, 물 절약 실천을 다짐하는 서약식 등 사내 물 환경 이벤트를 통해 생명의 근원인 물의 고마움도 되새겼다"고 덧붙였다.

5시간30분 단식과 6시간 물 안마시기 캠페인은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겨우 6시간 금수(禁水)만으로 물 부족을 국민의 어려움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코리아 재해구호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필리핀 중부 비사야 제도의 작은 섬, 지비팅길에 사는 아이들은 지붕 아래 물이 떨어지는 곳에 물통을 놓고는 입을 벌려 빗물을 받아 마시기도 한다"면서 "또 학교에도 마실 물이 없어 ‘물 도시락’을 챙겨가거나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물탱크 안의 물을 마신다. 교사들은 이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지만 목마른 아이들을 막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물 부족 국가의 상황은 이처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처참하고 가혹하다. 그런데 고작 6시간 동안 물을 마시지 않거나 커피와 음료수를 마지시 않고 물 부족 삶을 체험하는 것인 양 홍보하고 기업 이미지를 챙기겠다는 상술로 밖에 안 비쳐지고 있다. 여기에다 캠페인을 이용해 매출을 늘리겠다는 얄팍한 속셈도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물 부족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을 기망하는 캠페인"이라면서 "국내에도 특정 시즌이나 재난이 생기면 물 부족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지 뻔히 알면서 어떻게 그런 행사를 기획했는지 어처구니없다"고 지적했다.

박남철 기자 pnc4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