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소비 트렌드 ‘유통 쪼개기’=구독경제
소비패턴 대형 유통사서 1인 사업자들의 아이템으로 이동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유통업계의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대형 유통사를 통한 소비가 주류였다면 동시에 1인 사업자들의 개성있는 아이템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유통 쪼개기’ 현상으로 구독 경제가 있다. 구독 경제는 기존 소비와 달리 특정 품목에 대해서 소비자가 매 기간 일정 금액을 내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경제학자들은 구독 경제 확산 현상을 경제적 이유로 판단하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찾기 위해 혹은 편의성을 추구한다고 분석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 이외에도 소비자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눈여겨볼만하다.
경제성 뿐만 아니라 유일무이한 상품을 쫓아 소비자가 이동하고 있는 것. 브랜드 가치와 철학 관련한 구독 경제 소비도 활성화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는 구매자들의 ‘가치 소비’ 영향으로 구독 품목이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진다고 말한다. 실제 최근에는 생필품이 아니더라도 고가의 자동차와 명품 의류 같은 물건과 샐러드와 같은 식음료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로 월정액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이색 정기구독이 열풍이다. 월 9.99달러에 뉴욕 맨해튼의 수백 개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씩 마실 수 있도록 한 스타트업 후치는 2017년 2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월 3만원에 술을 무제한 제공하는 술집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구독 경제 확산에 대한 엇갈린 평가 역시 나온다. 때문에 구독경제에 어떤 소비 심리가 작용하는 지 알아볼 일이다.
먼저 구독 경제가 합리성에 기반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구독 경제의 확산 현상을 ‘효용이론’으로 설명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한된 자원과 비용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기 위한 노력의 결과라는 얘기다.
생수업계 최초로 자체앱 정기배송을 도입한 광동제약 팀장은 “온라인을 이용한 생수 구매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정수기보다 관리나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와 유사한 의견을 내비쳤다.
한 전문가는 “아버지 세대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가 등장하면서 경험의 비용을 줄여주는 경제적‧기술적 변화가 구독경제가 나오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대형 유통사들은 고객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선별 역량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그렇다면 ‘효용 이론’과 달리 구독 경제에 가치 소비가 주목받을까?
전문가들은 구독 경제가 확산되면서 기존에 없던 특별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는 소비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관련 업계는 “구독경제는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 같은 ‘넷플릭스 모델’이 헬스클럽과 병원 등 건강·의료 영역까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렌드 코리아 김난도 교수는 “올해의 소비 흐름은 원자화·세분화 하는 소비자들이 환경변화에 적응하며 정체성과 자기 콘셉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면서 “또한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문화들과 갑질 근절 및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욕구 증대도 주요한 흐름”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유통이 극도로 세분화되고 세포 단위의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세포마켓’이 활성화된다”며 “1인 사업자들이 자신의 재능을 바탕으로 한 정보와 상품을 팔고 자기만의 콘텐츠를 생산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만족을 추구한다는 게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색다른 정체성과 가치에 투자하는 구독 경제가 돋보이면서 틈새 시장도 활발해지고 있다.
플라워 브랜드 ‘꾸까’는 한국에서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꽃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행했다.
박춘화 대표는 “한국에서는 아주 특별한 날에만 꽃 선물을 하고 일상에서는 꽃을 즐기는 문화가 없다”며 “일상에서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정착된 것처럼 꽃을 즐기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올 1월부터 운영 중인 스타트업 ‘술담화’는 전통주 정기 배송 서비스를 시행한다. 매월 셋째주 목요일마다 매번 다른 종류의 전통주 2병을 정기배송한다.
전통주 소믈리에인 이재욱 술담화 공동 대표는 “전통주는 다양한 종류와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스템이나 홍보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정기구독을 통해 각양각색의 전통주를 접할 수 있고 우리 술의 가치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 값싸고 합리적인 제품으로 이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가격보다 브랜드의 가치나 품질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정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지포크는 유통업체의 돼지고기보다 가격이 20% 정도 비싸다. 농가에서 직배송하는 체계이지만 원체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구독 회원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맛’과 ‘안전성’ 에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윤진원 두지포크 브랜드총괄사장은 “두지포크가 정기구독으로 파는 건 고깃덩어리가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라며 “‘가축이 행복할 때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고민으로 시작해 답을 냈고 이 가치를 이해하는 정기구독 회원들이 우리 브랜드를 구매해주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