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화웨이, 美 수출 규제에 '맹비난'

2019-05-22     안세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 회장.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무역 상대국을 위협하는 정책은 기업으로부터 리스크를 감수할 기회를 빼앗아 오히려 미국의 신용을 잃게 만들 것"

지난 18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최고경영자(CEO) 런정페이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말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수출 규제에 강한 반발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13일(현지시간) 중국의 6개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기술이나 제품들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가했다. 이에 따라 구글에 이어 인텔, 퀄컴 등 미국의 OS·칩제조업체들도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상황.

화웨이는 자사 휴대폰 운영 체계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이용해 왔고, 반도체 역시 미국 칩제조업체들로부터 수주 받아왔다. 위와 같은 사태를 앞서 대비했다는 듯 화웨이는 3개월분의 반도체를 미리 확보해뒀다고 호언장담 했지만 당장 그 이후부터 제품 공정에 적신호가 떨어지게 됐다.

런 회장이 미국의 국제적 제재에 '국가적 신용을 잃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하자, 국내 일각에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이유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 거침없는 보복을 행사했던 중국이 내뱉을 발언이 못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7년 2월 롯데는 국방부와 사드 부지(성주 골프장) 교환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롯데가 중국을 위협한다"며 압박, 규제해 왔다.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게 '괘씸죄'로 걸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롯데는 결국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마트 112개를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했다.

롯데가 3조 원 규모를 투자한 중국 선양 복합단지는 2년째 공사가 멈춰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한국 패키지 관광상품에서 롯데 계열사 호텔과 면세점, 놀이공원은 금지시키는 철퇴까지 내린 상태.

이에 롯데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대규모 철수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롯데마트는 중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며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2월 톈진 동마로점에 이어 올 3월 톈진 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등의 영업을 종료했다.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 계열사는 공장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 최모(44)씨는 "한 때 롯데는 중국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전체 투자액수만 해도 조 단위를 진작 넘어섰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화웨이 런 회장의 말을 그대로 중국에 돌려주고 싶다. 무역 상대국을 위협하는 정책은 중국의 주 종목 아니냐"고 비판했다.

롯데가 중국 시장으로부터 대규모 철수를 진행 중인 이유는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는 데다 중국 정부의 제재 해제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롯데 금지 정책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단체 관광객의 호텔, 면세점, 쇼핑에서도 롯데는 여전히 제외되고 있다.

이번 런 회장의 규제 반발 발언은 결국 '누워서 침 뱉은 꼴'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향후 화웨이가 미국 발 규제에 어떤 후속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