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이 보이스커머스 앞다퉈 출시하는 진짜 속내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클로바, 생수 주문해줘”
독립해서 5년째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여인영(31 세)씨는 생수 등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네이버 인공지능(AI) 스피커 클로바에 말만하면 네이버페이로 대금을 결제하고 미리 지정한 배송지로 생수를 보낸다.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도 따로 설명해준다.
전업주부 최선주(55세) 씨는 TV홈쇼핑을 보다가 시즌아웃 세일을 하는 겨울코트를 발견했다. “기가지니, TV 속 상품 주문해줘”라고 하니 주문부터 결제까지 완료된다. K쇼핑은 KT기가지니와 연동해 음성만으로 현재 방송 상품 주문은 물론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 검색, 추천상품 확인, 다음 방송상품 보기, 결제가 가능하다.
음성명령으로 주문과 결제, 배송까지 끝내는 ‘보이스커머스’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했다. 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하고 3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11번가 이베이 등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도 제휴나 자체 개발을 통해 보이스커머스 분야 기반을 다지고 있다.
SK스토아는 SK텔레콤 AI스피커 누구를 활용한 ‘누구 음성주문’을 도입했다. 고객이 인터넷TV 셋톱박스와 연결된 누구 앱에서 개인정보를 연동한 후 음성으로 명령하면 구매와 결제가 된다.
롯데슈퍼는 KT 기가지니와 함께 ‘AI 장보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롯데슈퍼에서 파는 6000여개 상품을 목소리로 주문하고 일부 품목은 당일 배송도 가능하다.
CJ오쇼핑은 누구와 연동해 생방송 상품을 음성 주문하고 11pay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클로바와 제휴해 백화점 위치와 상품 추천, 최저가 검색 등을 음성으로 안내한다. 삼성전자는 스타벅스와 제휴해 빅스비 음성명령만으로 커피를 미리 주문할 수 있게 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보이스 커머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통 시장”이라면서 “보이스 커머스 관련 기술 경쟁력과 상품 구색이 시장 우위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보이스커머스를 앞다퉈 출시하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통기업들이 편리함과 최첨단 기술의 상용화라는 문구를 내세워 홍보하고 있지만 결국 자사의 AI 서비스를 보다 탄탄하게 하기 위해 대중을 이용하는 꼼수고 눈속임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커머스 마케팅 전문기업 크리테오 김석호 팀장은 "현재 AI 서비스 상용화는 초기 단계다. AI 특성상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똑똑해진다"면서 "기업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데는 구매 데이터 확보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용자를 선점해야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AI 기반의 음성 쇼핑 데이터를 활용하면 온라인 타깃 상품 추천보다 더 정교한 사용자 맞춤 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