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내세운 우버...韓 법인택시 만남엔 소극적
[핀포인트뉴스=안세준 기자] 지난 2014년 12월15일(현지시간) 프랑스 샤를 드 골 공항을 시작으로 파리 북부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로가 전면 봉쇄됐다. 프랑스 택시종사자들이 "우버가 택시업계의 생계를 위협한다"며 전국적인 시위를 벌인 탓이다. 이날 택시운전사들은 도심 시가지에서 천천히 서행 운전을 하며 의도적으로 교통 정체를 일으키기도 했다.
승객과 운전기사를 스마트폰 버튼 하나로 연결해주는 기술 플랫폼 '우버'의 상륙에 대규모 반대 시위가 일어난 건 비단 해외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택시노조는 "불법 택시 우버를 퇴출하라”며 우버 반대 시위를 펼쳤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결국 우버는 '불법' 딱지가 붙은 채 국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에 상륙한지 불과 7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게 국내 시장에서 잊혀졌던 우버 소식이 최근 다시 들려오고 있다. 지난 4월2일 우버가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알렸다.
눈여겨 볼 건, 보도자료에 담긴 '일반택시 호출 서비스'라는 용어다. '일반택시 호출 서비스'란 우버 어플을 통해 '일반택시'를 호출할 수 있도록 만든 기능이다.
우버 측에 따르면 우버는 국내 진출과 동시에 우버택시(Uber Taxi) 대상을 일반 택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앱에서 '택시'를 선택해 호출하면 된다. 택시는 자동 배차되며 배차 뒤에는 운전자의 이름과 사진, 차량 정보도 제공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우버가 택시업계의 눈치 살피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자료 내용이 '일반택시 호출' 기능을 골자로 삼았고 국내 택시업종을 고려한 듯한 다양한 기능을 함께 소개했기 때문이다.
교통업계 관계자는 "우버가 기존 우버(운전자) 대상을 일반 택시로 확대한 점은 물론, 요금 책정 방식까지 택시업체의 손을 들어줬다"며 "요금의 결제 방식도 택시 미터기를 기반으로 산정한 뒤 탑승자가 운전자에게 직접 결제할 것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우버가 일반 택시와 경쟁관계 구도를 그려왔다면 상호 협력 관계로 눈길을 돌린 것 같다"며 "우버의 상호 협력책에 택시업계의 반발도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버가 거짓의 탈을 쓴채 택시업계를 속이려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자료에 '일반택시 호출' 서비스 선정 기준에 대한 내용이 일체 기재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택시 호출' 서비스가 성립되기 위해선 우버와 택시업체 간 일정 서비스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우버코리아는 현재 법인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어떠한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 이는 우버의 국내 상륙과 동시에 실제 '일반택시 호출' 기능을 누릴 택시 수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현직 서울권 택시 운전기사 최모(52)씨는 "우버가 국내 서비스를 재차 준비 중인 건 익히 들어 알고 있다"며 "택시업계와 상생을 준비 중이라지만 들려오는 소문은 좋지 못하다"고 입을 열었다.
최씨는 "우버가 우리 업계(택시)와 진심으로 상생을 원했다면 법인택시 사업자 영입에 박차를 가했을 것. 그러나 우리 회사도, 옆 다른 회사에도 해당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 같은 법인택시와 본격적으로 계약을 맺게 되면 우버 사의 수익 상당수를 나눠갖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해한다. 당연히 불편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른 전남 택시 사업체 콜센터 관계자도 "우버에 대한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우버 일반택시 호출) 정보가 없는 건 인근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주장했다.
현재 우버를 이용하는 택시기사 대다수는 개인택시 사업자다. 새 개인택시 기사를 영입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도입했으나 업계와 상생에 큰 효과가 없다는 평이 많다. 법인 소속 택시 수가 전체 택시 사업자 수의 1/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 사가 국내 택시업계와 상호 협력망을 구축하고자 한다면 법인 택시와의 만남이 필수적이다. 우버가 택시업계에 진심 어린 우호의 손길을 건넬 지 관심이 주목된다.
안세준 기자 to_serap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