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경제 '비거노믹스', 동물 생각하는 착한 소비로 급부상

'채식+동물 보호' 인식 확산에 크루얼티프리 제품도 인기 급증...판매처 확대 필요성도 제기

2019-07-25     홍미경

[핀포인트뉴스=홍미경 기자] 유통가에 부는 '비거노믹스(채식주의자+경제)' 열풍이 거세다.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미트(고기)가 출시되는가 하면,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까지 등장했다. 채식을 즐기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관련 상품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5일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올해 국내 채식주의 인구수는 약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채식 인구수가 약 15만 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0년 만에 10배로 급증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체적 건강을 위한 '웰빙'의 목적이 강했던 채식주의가 최근엔 야생 동물을 보호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품게 되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며 "여러 유통업계들이 이들을 겨냥한 상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앤쇼핑 이어 롯데百도 가세..."비건족 잡아라"

우선 홈앤쇼핑은 오는 29일까지 '비건 특집'을 진행한다. '비건 특집'이란 채식 위주의 상품군인 ▲비건 스타터 세트 ▲비건 온가족 건강밥상 세트 ▲순식물성 귀리음료 등 29개의 다양한 중소기업 비건 상품을 한 카테고리로 모아 판매하는 특별전이다.

홈앤쇼핑 관계자는 "최근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패턴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며 "비건 특집을 통해 채식주의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동시에 동물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비건 바람을 놓치지 않고 오는 28일까지 '비건푸드&이너뷰티 대전'을 진행한다. 소공동 본점에서 진행되는 이 행사에서는 콩, 호두 등으로 만든 비건 푸드들을 판매한다.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비욘드 미트', 생발아메밀과 액티베이티드 견과류로 만든 '리틀엔팬트리'의 '로우놀라' 등 여러 비건 푸드를 만나볼 수 있다.

2년 넘게 비건 생활을 하고 있는 소비자 김영연씨(31)는 "육식은 동물에 대한 비윤리적 도살이 뒤따른다는 사실 때문에 비건 식단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식품의 경우 예전과 달리 지금은 한국에서도 꽤 다양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며 변화하는 한국 시장을 실감하고 있음을 전했다.

알프스알프가 지난해 론칭한 불가리아 브랜드 ‘마이로즈’ 제품 이미지.

■"동물 실험 하지 않아요" 크루얼티프리 제품 인기↑

잔인한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기피한 '크루얼티프리' 화장품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미래앤컴퍼니가 지난해 비건&크루얼티 프리(Vegan&Cruelty free)를 콘셉트로 오픈한 뷰티 전문 쇼핑몰 ‘알프스알프’가 그 주인공이다.

알프스알프는 ‘비건’과 ‘크루얼티 프리’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중심으로, 엄격하게 선별한 글로벌 뷰티 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뷰티 커머스 사이트다.

사 측은 모두에게 이로운 뷰티 상품을 선보인다는 것을 최대 과제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불가리아의 국민 화장품 기업인 라베나의 천연 화장품 브랜드 ‘마이로즈(MyRose)’을 출시하고 미국 비건 네일 브랜드 ‘NCLA’ 등 유명한 해외 제품들도 다양하게 론칭하고 있다.

화장품 생산에 동물 실험이 이뤄진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크루얼티프리' 제품, 동물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비건'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비건 화장품을 만드는 이탈리아 브랜드 '아워글래스'는 지난해 한국에 상륙해 올해 1분기 국내 면세점에서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 6월에는 비건 화장품을 판매하는 스위스 브랜드 '벨레다'가 국내 상륙하기도 했다.

한국 최초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라는 타이틀을 내건 스타트업 '멜릭서'도 크라우드 펀딩에서 주목받고 있다. '비건 밸런싱 토너'로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3일까지 단 8일간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800%를 넘는 42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소비자 카페에서 멜릭서의 구매자들은 "멜릭서의 취지와 생각에 큰 공감을 하게 됐다"며 "동물과 환경을 위해서 비거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화장품에서도 비거니즘을 실천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발견했다.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다만 아직까지 구매가 까다롭고 보편화 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의견도 상당수 였다.

이 케페 이용 고객은 "지방에서는 비건&크루얼티 프리 제품구매가 쉽지 않다"며 "이런 제품이 좀 더 판매처를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국내 유통 시장에 비건을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간편함과 신속성을 추구하는 소비패턴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하소연 이다. 新 소비 문화로 떠오른 비건&크루얼티 프리 마케티이 얼마 만큼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기대된다.

홍미경 기자 blish@thek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