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K푸드 호황...'박항서 매직'꺼진 뒤에는

2018-12-18     차혜린
GS25베트남매장전경

[핀포인트뉴스=차혜린 기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을 이끌면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신이 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유통ㆍ외식ㆍ식음료 업체들은 최근 ‘박항서 효과’로 한층 높아진 K푸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난 15일, 굽네치킨 호치민 1호점은 매출이 전주에 비해 120% 상승했다. 대회 기간 굽네치킨은 매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고객들이 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베트남 GS25는 스즈키컵 준결승 이후인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점당 평균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월 동기간에 비해 11.8% 증가했다. 점포 방문 고객 수도 8.7% 늘었다. 매장에서 떡볶이, 컵밥, 잡채 등을 직접 조리해 판매하고 있다. 응원할 때 마시기 좋은 맥주와 음료 매출도 21% 증가했다.

국순당은 스즈키컵 개최 시기에 맞춰 지난달 초부터 베트남 주요 대형마트와 업소 등에서 ‘스즈키컵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국순당 막걸리 병뚜껑에 축구공 디자인을 접목시켰고 현지 주요 대형마트 등에서 막걸리 시음행사와 함께 ‘국순당 막걸리 축구 게임 세트’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베트남 내 한식당에는 축구게임용 테이블 매트를 비치해 막걸리 알리기에 나섰다. 국순당은 축구 마케팅을 꾸준히 전개한 결과 2015년 37만 병이던 베트남 막걸리 수출량이 지난해 53만 병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베트남대형마트내비비고시식현장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도 박항서 효과를 봤다. 베트남 식품 시장에서 ‘한식만두(Mandu)’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하며 진출 1년 만에 누적 매출액 70억 원 달성에 성공했다.

이같이 박항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유통업계는 마냥 축포를 터트리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유통업체들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성 조치의 직격탄을 맞고 줄줄이 엑소더스(대규모 탈출) 했던 것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중국은 14억 명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한 데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지만, 정치적 변수가 워낙 많은 데다 자국 기업 우선 정책으로 국내 기업들이 각종 제약에 시달리면서 ‘기업의 무덤’으로 전락했다"라며 "여기에 중국 현지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엑소더스 현상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사드 사태를 겪으면서 또 다른 정치적 이슈가 생기면 언제든지 다시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은 중국 외 동남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베트남 역시 지금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차혜린 기자 chadori9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