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시세] 스테이블코인 자금이 금으로?...테더, 금 시장의 ‘새 큰손’ 부상
세계 금 시장의 판도가 조용히 바뀌고 있다.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올해 금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가운데, 이제는 암호화폐 업계의 거대 플레이어인 테더까지 금 시장에 본격 진입하며 새로운 수요 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테더의 금 매입이 향후 수년간 금 가격을 지지할 수 있는 잠재적 힘이 있다”고 말했다.
제프리스 소속 애널리스트 파하드 타리크와 앤드류 모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 시장에서 테더의 존재감이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기존 금융권에서도 “토큰화된 금이 귀금속 시장의 차세대 성장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실제로 시장을 움직일 만큼 영향력을 가진 기업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평가다.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사실상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테더는 최근 금 기반 토큰의 발행을 확대하며 실물 금 매입량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금을 담보로 발행하는 스테이블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금 현물에 대한 실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게 된다.
타리크와 모스는 “테더는 단순한 투자 주체가 아니라 토큰 발행과 실물 매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특수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는 향후 금 시장에서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수요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금 가격은 달러 약세, 지정학적 불안,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 매입 등 삼중 요인이 겹치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개인 투자자의 ETF 수요까지 더해지며 금 시장은 과거 어느 때보다 탄탄한 수요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 산업의 자금까지 금 시장으로 유입될 경우 금 가격 상승 흐름은 더 길고 안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제프리스 보고서는 “테더가 앞으로도 금 기반 토큰 비중을 확대한다면, 금 시장의 구조적 수요는 지금보다 훨씬 견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테더의 금 매입이 단순히 가격을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 광산업 전반에도 장기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프리스는 “지속적인 금 수요는 장기 프로젝트 투자와 탐사 작업을 촉진시키고 결과적으로 생산량·기술 투자 확대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금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효과를 언급했다.
테더처럼 실물 수요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매수 주체가 등장하면 금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고, 광산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석가들은 결론적으로 “테더는 향후 금 가격을 떠받치는 주요 구매자로 남을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실물 기반 토큰 증가가 금 생태계 전체에 변혁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앙은행 → ETF → 암호화폐 기업으로 이어지는 ‘3단 수요축’이 형성되면서, 금 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