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취·고백·혼란이 뒤섞인 밤…이반 비리파예프 ‘술 취한 사람들’ 한국 첫 무대
동시대 가장 도발적인 문제의식을 펼쳐온 러시아 극작가 이반 비리파예프의 작품이 국내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다. 실험적 연극 형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퍼포먼스온이 그 시선을 한국 무대에 옮겨오며, 인물의 도취와 혼란, 애정과 신을 둘러싼 사유를 독창적인 무대언어로 펼쳐낼 예정이다.
퍼포먼스온은 연극 ‘술 취한 사람들’을 11월 20일부터 30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에서 초연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제작되며, 8명의 출연진 중 절반이 원숙한 경력의 배우로 구성된다.
술 취한 사람들은 비리파예프가 2012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첫 소개다. 남상식 연출은 2017년 같은 작가의 일루전을 국내에 선보인 바 있으며 이번 작품에서 다시 비리파예프 특유의 ‘에피소드 몽타주’ 구조를 무대에 구현한다. 비리파예프는 와해된 가치, 사랑, 신이라는 주제를 난해하지만 신선한 방식으로 배치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은 4개의 에피소드가 1막과 2막에 교차 배치되는 구조를 갖는다. 모두 같은 날 밤에서 새벽 사이 벌어지는 이야기로, 인물들은 도취 상태를 통해 일상의 감각이 사라지고 삶의 본질이 드러나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첫 에피소드에서는 한 남자가 아내와 걷다 낯선 여인에게서 “사랑해요”라는 고백을 듣는 장면이 펼쳐지고, 다른 장면에서는 결혼을 앞둔 신랑이 길 위에서 즉흥 결혼식을 올리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진다.
작품 전반에는 초현실적 이미지와 블랙유머, 도취의 언어가 흐른다. 연출진은 이를 재현이 아닌 표현주의적 접근으로 풀어내며 서사극적 게스투스, 음악적 동작, 오브제화된 인물 배치를 통해 무대를 조형화한다. 평론가는 작품에 대해 “천연덕스러운 언어와 기괴한 상황이 결합해 동시대 인간 존재의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출연진은 곽수정, 김명중, 이윤표, 한기중, 해수, 함민구, 이성하, 최종원으로 구성돼 극의 강렬한 상황을 에너지와 음악적 움직임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공연은 플레이티켓과 인터파크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