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기관, 삼성전기·삼성전자 ‘폭풍 매수’… NAVER·SK하이닉스는 팔아치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5일 기관이 뚜렷한 매수·매도 양극화를 보이며 수급 주도권을 다시 잡았다. 전자·방산·에너지·금융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린 반면, 인터넷·바이오·2차전지 대형주에는 대규모 매도가 이어지며 업종 간 흐름이 엇갈렸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 삼성전자, 이수페타시스 등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종목들이 기관 순매수 상위를 싹쓸이하며 기술주 중심의 매수 기조가 돋보였다는 분석이다.
기관은 이날 삼성전기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삼성전자, 이수페타시스, 한국전력, 한국항공우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에이피알, 고려아연, 삼성전자우, KB금융, 하나금융지주, 현대엘리베이터, 효성중공업, 신한지주, 엔씨소프트, 삼양식품, 대덕전자, 포스코퓨처엠, 코오롱ENP, HL만도 등이 뒤를 이었다.
반도체·전력·방산·금융·식품·소재 등 다양한 업종에서 매수가 동시에 유입되며 기관의 포트폴리오 확대 전략이 확인된 셈이다.
삼성전기와 삼성전자의 동반 매수는 글로벌 AI·서버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회복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2025년 메모리·모바일 수요가 동반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며, 부품·소부장 업체에 대한 기관의 관심 역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수페타시스가 상위권에 오른 점도 주목된다. 초고다층 PCB 분야에서 압도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주에서도 한국항공우주가 강하게 매수 유입을 받았다. 글로벌 수주 증가와 KF-21 체계개발 진척이 맞물리며 실적 개선 기대가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에너지·소재 부문에서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고려아연, 포스코퓨처엠, 코오롱ENP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코오롱ENP는 이날 기관 순매수 상위에 신규 진입하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금융주에 대한 기관 매수도 두드러졌다.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가 모두 순매수 상위권에 자리하며 은행주의 견조한 배당 매력과 안정적 실적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게임주에서는 엔씨소프트, 소비재에서는 삼양식품이 순매수 리스트에 포함돼 수급 확장의 폭이 넓어진 모습이다. 자동차·모빌리티 분야에서는 HL만도가 상위권에 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반면 기관의 대규모 매도세가 집중된 종목군도 분명했다. 가장 많이 팔린 종목은 NAVER였다. 한국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지위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쟁 심화·규제 이슈·실적 부담 등 단기 리스크가 반영되며 매도 우위가 이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화오션, 현대로템, LG화학, 카카오, 삼성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미반도체, 두산에너빌리티, 현대모비스, LIG넥스원, 하이브, 한화시스템, 기아, CJ제일제당, POSCO홀딩스, 삼성에피스홀딩스도 순매도 상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순매도 2위에 오른 것은 차익 실현 목적의 매도가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HBM 시장 호황으로 연일 주가가 강세였던 만큼, 기관의 단기 수급 조정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한미반도체 등 대표적인 대형 성장주가 줄줄이 매도 목록에 올라 시장에서 업종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이 실적과 수주 모멘텀을 가진 종목을 중심으로 순매수를 확대하고 있다”며 “AI·전력·방산·금융 등 중장기 성장 업종은 지속 매수세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면 대형 인터넷·바이오·배터리주는 단기 부담 요인이 선반영돼 수급이 흔들리고 있으나, 펀더멘털 훼손이 크지 않은 만큼 조정 흐름 이후 다시 수급이 회복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관의 수급 흐름은 단기적인 차익 실현과 중장기 성장 업종에 대한 선별 매수 전략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확산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에서 기관의 수급이 시장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