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접고 AI로 승부”…카카오, 계속되는 구조개편 속사정은?
계열사 수 3개월간 17개 축소…헬스케어·비핵심 사업 재편 AI 중심 ‘선택과 집중’…수익성 개선과 내부 효율화 속도전
공격적 확장으로 몸집을 불려온 카카오가 최근 급격한 ‘군살 빼기’에 나섰다. 핵심 사업 외 영역을 과감히 축소하며, 인공지능(AI)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3개월간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17개 계열사를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사업 전반에 걸친 효율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카카오헬스케어다. 카카오는 지난 19일 100% 자회사였던 카카오헬스케어의 경영권을 차바이오그룹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차바이오그룹이 지분 43.1%를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되고, 카카오는 지분율이 30%로 낮아져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카카오헬스케어는 AI·빅데이터·모바일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해 온 자회사로, 그동안 카카오가 미래 신사업으로 집중 투자해 온 영역이었다. 다만 의료·바이오 특성상 막대한 자본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데 비해 카카오의 핵심 역량은 AI 기술력에 있다는 점에서, 직접 사업을 끌어가기보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가 차바이오그룹에 경영권을 넘기며 ‘2대 주주’로 물러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료 분야 전문성을 갖춘 차바이오그룹이 현장을 주도하고, 카카오는 AI·데이터 역량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업 구조를 재편한 것이다. 양사는 지분 교환과 총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최근 SM엔터테인먼에 흡수합병 된 SM스튜디오스에서도 확인된다. 그간 광고·드라마 등 비(非)음악 사업을 담당해왔지만, 카카오그룹 편입 이후 SM이 음악·아티스트 등 콘텐츠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정리 대상이 된 것이다. 흡수합병을 통해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지배구조까지 단순화하는 효과도 얻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시작으로 카카오가 본격적인 ‘계열사 다이어트’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플랫폼을 앞세워 꽃·간식·샐러드 배달, 택시 호출 등 소상공인과 겹치는 영역까지 빠르게 진출하며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외연 확장보다는 핵심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창업자 김범수의 항소심 등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이러한 기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정신아 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앞세워 지배구조 개선을 진두지휘해왔다. 실제로 계열사 수는 정 대표 취임 당시 142개에서 지난해 3월 132개, 현재 97개까지 줄었다. 과거 공격적 확장으로 비대해진 조직을 되돌리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격화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수익성 개선 흐름을 뒷받침한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866억원, 영업이익 20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 59% 늘었다. 역대 최대치였던 2분기 실적을 뛰어넘으며 4년 만에 영업이익률 10%도 회복했다.
카카오는 계열사 정리를 통해 확보한 자금과 인력을 ‘AI 중심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플랫폼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AI를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이다.
일례로 카카오는 이용자가 대화를 통해 목적을 완결할 수 있는 에이전틱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올해 ▲‘카나나 인 카카오톡’ ▲카카오맵·선물하기·멜론 등 주요 서비스와 연동되는 ‘챗GPT 포 카카오’ 등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플랫폼 전반에 AI를 이식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높이고, 광고·커머스 등 기존 사업과의 연동을 통해 실질 매출 기여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정 대표는 이 같은 내실 경영 기조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지난달 주주서한에서 “현재 99개인 그룹 계열사 수를 연말까지 80개 안팎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만큼, 남은 4분기 동안 10~20여 개의 계열사가 추가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AI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확실히 이길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는 게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며 “특히 광고·커머스 등 기존 플랫폼과 연결되지 않는 자산은 우선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