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CEO] 조원태 회장 ‘뉴한진’ 3대 키워드?...‘통합·현대화·글로벌화’
그룹 창립 100년이 되는 2045년 매출 60조 비전 제시 항공우주·모빌리티·이커머스 통합 종합 모빌리티 기업 2019년 그룹 지휘봉 쥔 뒤 비핵심 자산 매각 현금 확보 대한항공 고환율·고유가에도 유일 영업이익 흑자 유지 보잉 103대 구매·엔진 투자 등으로 ‘기단 현대화’ 추진 정비·인력·마일리지 개선안 속속 진행 통합 준비 박차 항공우주사업 영업이익 166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개선 "통합 후 LCC 구조조정·지배구조 리스크 해소 등 관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의 새로운 100년 준비에 나섰다.
올해 그룹 창립 8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100년을 이끌 '뉴한진' 플랜 실행에 시동을 건 것이다.
조원태 회장은 2019년 한진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지 올해 6년을 맞았다.
조 회장이 지난 6년의 설계를 거쳐 제시한 '뉴한진' 플랜 밑그림의 3대 키워드는 '통합·현대화·글로벌화’다.
조 회장은 그간 ‘통합의 리더십’을 앞세워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고유가·고환율 등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여객과 화물 사업을 바탕으로 항공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그 결과 수익성 방어에 성공했고 이를 통해 그룹의 경쟁력도 한층 강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얘기도 듣는다.
그는 이제 내년 통합 항공사 출범을 예고하며 '메가 캐리어'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 회장은 글로벌 상위권 진입을 향한 포부도 밝혔다.
기단 현대화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그룹 창립 100년이 되는 2045년 매출 60조원 달성이라는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 자산 매각으로 재무 개선…대한항공 흑자 행진
25일 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2019년 취임 이후 그룹의 경영 기반을 안정시키고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해 왔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송현동 부지(5579억원), 기내식·면세사업(7900억원), 공항버스(96억원) 등 다수의 자산을 처분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한진 측은 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대한항공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룹의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고 강조했다.
한진 측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했을 때에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해 화물 공급을 선제적으로 확대했고, 화물·여객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운영한 것을 조 회장의 돋보이는 대표 경영 능력으로 꼽았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전 직원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성과를 냈다. 대한항공은 2024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16조1166억원, 영업이익 1조9446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글로벌 공급 과잉과 고환율·고유가의 이중고 속에서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11조9503억원, 영업이익은 1조1262억원으로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다.
◆ 기단 현대화로 메가 캐리어 기반 마련
2024년 조원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통합 항공사 출범의 토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내년 출범할 통합 항공사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단 규모 확대와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그룹사 5개사 보유 항공기는 총 290대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70대를 보유해 통합 시 대규모 기단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지난 8월 총 70조원 상당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구매하고 19조2000억원을 투자해 GE에어로스페이스의 예비엔진 및 엔진 서비스를 구매한다.
보잉 항공기 구매는 기종을 통일하면서 관리 질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대한항공은 보잉 기종이 주력인 반면 아시아나는 에어버스 기종이 주력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 증대와 기단 단순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누리게 됐다고 전했다.
◆ 마일리지 개선안·내부 인사 배치로 '운영 통합' 속도
조 회장은 항공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정비 체계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통합 항공사가 보유하게 될 약 300여 대의 항공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비 인프라를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1760억원을 투입해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6만9299㎡ 부지에 중대형 항공기 2대와 소형 항공기 1대를 동시 수용하는 신규 정비격납고를 건설한다. 2027년 착공해 2029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며, 완공 시 숙련 정비인력을 포함해 약 300명이 상주하는 중정비·개조 중심 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아울러 인천 영종도에 5780억원 규모의 엔진정비공장과 경기도 부천에 1조2000억원 규모의 '미래항공교통(UAM)·항공안전 연구개발(R&D) 센터' 신설도 추진 중으로 통합 항공사의 안전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마일리지 개편안을 공개하며 고객 보상과 마일리지 가치 보전 방안도 제시했다. 통합 후에도 아시아나 고객은 별도 전환 절차 없이 기존과 동일하게 대한항공 항공편에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으며,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의 공제 기준도 현행 아시아나 기준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여기에 내부 출신 인사를 계열사 경영진에 배치하며 조직 통합과 운영 효율성 확보에 나섰다. 올해 1월 선임된 송보영(아시아나항공)·김중호(에어서울)·정병섭(에어부산) 사장 모두 대한항공 출신이다.
◆ “항공·우주·모빌리티”로 영역 확장하는 한진
조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캐나다 항공사 웨스트젯 모회사 지분과 채권 11.02%를 2억1700만 달러에 인수해 자회사 웨스트젯 지분 10%를 확보했고, 즉시 웨스트젯 이사로 선임되며 북미 시장에서 대한항공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항공우주사업 분야에서도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는데 3분기 매출 4714억원과 영업이익 1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51% 늘었다.
한진그룹은 지난 1일 선포한 ‘그룹 비전 2045’에서 항공우주·미래 모빌리티·이커머스를 통합한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과, 방위산업 및 우주발사체 제작 역량을 활용한 우주 물류 솔루션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자산 58조원, 매출 31조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42개 계열사와 전 세계 4만 명 이상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새 CI는 ‘H’ 마크와 영문명 HANJIN GROUP, 대한항공의 태극 마크를 병기해 글로벌 시장을 향한 의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조 회장의 리더십은 이제 항공·물류를 넘어 항공우주와 글로벌 네트워크 전반으로 확장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다만 통합 과정의 독점 논란, LCC 통합의 불확실성, 낮은 오너 지분에 따른 지배구조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