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서 ‘5년치 계좌내역' 요청...갑질? VS 검증?

광주TP 원장 후보자 “필수 자료 제출 완료...사생활 침해”  시의회 "도덕성 등 자질 검증에 필요" 지명철회 요청

2025-11-24     오해준 기자

(광주광역시=핀포인트뉴스)오해준 기자=광주광역시의회가 광주테크노파크 원장 후보자에 대해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지명 철회를 요구했으나, 해당 자료가 제출 의무가 없는 ‘개인 금융거래 내역’인 것으로 확인돼 ‘월권’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광주광역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김범모 광주TP 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강기정 시장에게 지명 철회를 요청했다. 

청문특위는 김 후보자가 ‘최근 5년간 금융거래 내역(배우자 포함)’과 ‘직계존비속의 평생 직업변동 내역’ 등의 자료 제출을 거부해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시의회가 요구한 해당 자료들이 정작 ‘광주광역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에는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회가 법적 근거 없이 후보자의 과도한 사생활 정보를 요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제338회 정례회 광주TP원장 인사청문회 장면. 광주시의회 제공.

현행 광주광역시 인사청문회 조례는 제출 서류로 ▲직업·학력·경력 ▲병역신고사항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 세금 납부 및 체납 실적 ▲범죄경력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명시된 ‘재산신고사항’은 현재 보유한 재산의 총액과 형태(부동산, 예금 잔액 등)를 의미한다. 조례에는 개인이 누구에게 밥을 샀고, 어디에 송금했는지 알 수 있는 민감한 사생활 영역인 ‘상세 금융거래(입출금) 내역’을 제출하라는 조항은 없다. 

이에 따라 시의회가 법적 근거 없이 후보자와 가족의 5년치 가계부를 통째로 내놓으라고 강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조례 규정에 따라 본인과 배우자, 자녀의 재산 보유 현황(부동산, 예금 잔액 등)과 5년치 세금 납부 내역 등 검증에 필요한 법정 자료는 모두 제출한 상태다. 

국회 인사청문회법상으로도 구체적인 비리 혐의가 특정되지 않는 한, 후보자와 배우자의 5년치 계좌 거래 내역 일체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때문에 지역 관가에서는 시의회가 조례 범위를 벗어난 자료를 요구한 뒤 이를 근거로 청문회를 멈추고 지명 철회까지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과, 충분한 검증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시의회의 주장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회 인사청문특위 박필순 위원장은 청문회와 타 언론사 인터뷰에서 "도덕성 등 자질 검증에 필요한 자료다. 후보자에게 3번에 걸쳐 자료 제출과 소명 기회를 줬다. 후보자가 일부라도 제출하고 청문특위에 양해를 구했으면 지명철회 요청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자녀 위장전입 확인을 위한 초본 제출 등 합리적인 추가 요구에는 모두 응했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자료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청 전경. 핀포인트뉴스 오해준 기자. 

이제 공은 임명권자인 강기정 광주시장에게 넘어갔다. 지역 정가에서는 강 시장이 시의회의 ‘지명 철회’라는 초강수를 수용할지, 아니면 법적 근거 미비를 들어 임명을 강행할지를 두고 고심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의회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자칫 ‘과도한 신상털기’를 용인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시의회와의 관계 경색이 불가피한 탓에 강 시장의 최종 결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빠르면 이번주 가부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인성고·한국항공대 졸)으로 민주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국회사무처 정책연구위원 등을 지낸 국회·정당 정책 및 예산 전문가다. 서울외국환중개 전무를 거쳐 현재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비상임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