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석유공사 사장 면직안 재가…"동해 심해가스전 기로"

정부 '대왕고래 감사' 속 사의…BP 참여 의향에도 '장기 보류' 관측도

2025-11-23     홍지현 기자
'대왕고래' 유망구조 탐사시추하는 시추선 웨스트카펠라. 사진= 연합뉴스.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추진해오던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23일 정부와 자원 개발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김 사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김 사장의 이임식은 24일 열린다.

지난 2021년 취임한 김 사장은 올해 9월로 이미 임기가 끝났지만 동해 심해 가스전 외자 유치 등 주요 업무가 진행 중인 관계로 후임 사장 인선 때까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당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액트지오사를 자문사로 선정한 것에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어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를 근거로 감사원 감사까지 의뢰하면서 결국 김 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김 사장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인 셸에서 20년 넘게 일한 뒤 귀국해 SK이노베이션에서 기술원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자원 개발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시절 석유공사 수장에 발탁됐다.

김 사장은 주변국인 중국, 일본의 활발한 해저 자원 개발 맞대응 차원에서 한반도 주변의 동·서·남해 대륙붕에서 자원을 찾는 '광개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는 한때 '대왕고래'로 널리 알려진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으로 이어졌다.

동해 심해 가스전은 원래 석유공사와 호주 기업 우드사이드가 공동 개발을 추진하던 곳이었지만 우드사이드는 '사업성 부족' 판단을 내리고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석유공사는 엑손모빌 심해 가스전 탐사팀 출신인 비토르 아브레우가 운영하는 '액트지오'사로부터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구조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분석 자문 결과를 바탕으로 독자 개발에 나섰다.

당초 광개토 프로젝트는 석유공사 차원의 사업으로서 정부 차원의 국정 과제는 거리가 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산유국의 꿈'을 자극하는 '국정 브리핑'을 갑자기 자청하고 이를 자신의 치적 사업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석유공사의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는 정치판으로 끌려가게 됐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1인 기업인 액트지오를 자문사로 선정한 데 중점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정권 교체 이후 대왕고래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한 첫 시추 결과 곧바로 가스·석유가 발견되지 않자 여당이 된 민주당은 액트지오 자문사 선정 등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전반에 관한 진상 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산업통상부의 감사 청구를 바탕으로 감사원은 현재 울산 석유공사 본사에 조사팀을 보내 자료 검토, 관련자 면담 등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정부·여당의 부정적 기류가 부쩍 강한 가운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을 주도해온 김 사장까지 물러나 이 사업이 사실상 존폐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석유공사는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시추부터 사업에 참여할 해외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한 국제 입찰 절차를 진행해 우선협상 대상자 확정 및 통보를 앞뒀지만 무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영국 런던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 BP,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 등 주요 오일 메이저를 포함한 해외 석유 개발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석유공사는 내부적으로 BP를 공동 개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정부는 재검토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승인을 미뤄왔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입찰 참여자와의 협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 추진 여부를 포함한 향후 사업 방향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공식 언급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산업부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이유를 들어 동해 심해 가스전 투자 유치 절차를 잠정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사업을 '장기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자원 개발 업계에서는 1차 탐사시추 결과를 열람한 BP 등 오일 메이저가 여전히 사업성이 있다고 보고 판단해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 중국·일본 등 주변국들 한반도 주변 해역서 활발한 해저 자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정부·여당이 한반도 주변 해저 자원 개발에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주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BP 같은 기업들이 충분한 탐사 데이터까지 들여다보고 나서 충분히 베팅해 볼 만하다고 판단해 들어오겠다고 하는 상황인 만큼 액트지오와 별도로 이미 교차 검증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국제 입찰이 거의 마무리된 상황에서 중단시킨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사업 신뢰도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