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라이 릴리, 제약사 첫 시총 1조 달러 목전 

마운자로 등 GLP-1 제품군 기업가치 견인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프론 승인 기대감

2025-11-22     신동혁 기자
[사진=로이터]

 

비만 치료제 시장을 장악한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폭발적인 GLP-1 계열 약물 성장세가 기업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리며 제약업계 판도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업계와 미국 바이오스페이스에 따르면 릴리의 시총은 최근 9863억 달러까지 올라섰으며, 이달 중 한때 99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GSK, 머크(MSD), 노보 노디스크, 사노피,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의 시총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2018년 애플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제약사로는 릴리가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릴리 성장세의 중심에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가 자리한다. 두 제품은 미국 신규 환자 시장에서 70~75% 점유율을 확보하며 경쟁자를 크게 앞서고 있다. 여기에 경구용 후보물질 ‘오포글리프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 세계 최초 경구 비만 치료제 기업이라는 타이틀도 기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와 증권가는 마운자로·젭바운드·오포글리프론 등 핵심 3개 제품의 글로벌 연매출이 최대 10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은 출시 첫해 5억 달러 매출이 예상되며 2026년에는 GLP-1 제품군 매출이 총 257억 달러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특히 GLP-1 시장에서 최근 가격 경쟁보다 공급량이 성공의 핵심 변수로 부상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 의약품인 주사제와 달리 오포글리프론은 생산이 용이한 소분자 제형이라 제조 비용과 생산 확대 측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하다. 미국 트루이스트 증권 등은 “향후 오포글리프론이 월 200달러 수준으로 출시될 경우 릴리의 GLP-1 제품군 연매출은 1000억 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인하 이슈도 성장세를 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백악관은 이달 릴리의 젭바운드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가격 인하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오히려 사용자 저변 확대에 따른 추가 매출 증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특허 만료 이후 복제약(시밀러·제네릭) 출시가 본격화될 경우 시장 방어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데이브 릭스 릴리 CEO는 최근 “특허 주기를 넘어서는 자가 부담 브랜드(Self-pay branded business)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비만 치료제는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어서 소비자 직접 판매(C2C) 채널이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며 “릴리는 자체 플랫폼 ‘릴리 다이렉트(Lilly Direct)’를 통해 유연한 가격 정책과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